▲ ‘미탄(味呑)’ 명문이 새겨진 기와 조각(왼쪽)과 탁본 (사진제공: 문화재청)

사찰명 味呑 써진 기와 공개
최치원 ‘독서당’ 위치도 확인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발굴 조사 중인 경주 미탄사지(味呑寺址) 유적에서 ‘味呑’ 사찰명을 최초로 확인했다.

지난 5월 28일 발굴현장에서 경주시청 관계자와 김동현 前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최태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차순철 동국문화재연구원 실장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보고회에서는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미탄사지 동북쪽 사역으로 추정되는 담장열 4기 ▲강당지로 추정되는 건물지 ▲종각지 또는 비전지 등으로 추정되는 1칸의 적심건물지 등의 유구(遺構) ▲‘味呑’명 기와와 ‘井’자명 전돌 ▲연화문․쌍조문․당초문 와당류 ▲인화문토기(印花紋土器, 도장무늬토기)와 납석제 뚜껑 등의 유물이 공개됐다.

특히 이날 자문위원들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味呑’명 기와가 여러 점 확인된 데 주목했다. 이 명문 기와들은 그동안 추측만 해 왔던 미탄사의 위치를 최초로 증명하는 자료로 평가됐다.

그동안 미탄사와 독서당의 위치는 삼국유사의 “최치원은 본피부 사람이다. 지금 황룡사 남쪽에 있는 미탄사의 남쪽에 옛터가 있다. 이것이 최후(崔侯)의 옛집이 분명하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지금의 자리로 추정됐다.

따라서 발견된 명문 기와들은 미탄사와 더불어 최치원의 고택인 독서당의 위치까지 방증하는 중요한 자료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자문위원단은 “2차례에 걸친 시굴조사를 통해 신라 왕경의 방리(坊里, 고대 도시구획 단위) 구획 안에 조성된 명확한 도시 ‘가람(伽藍, 사찰) 유적’을 새롭게 확인했다”며 “유적에 분포하는 3개 이상의 문화층 범위를 포함한 사역의 규모와 형태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정밀 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정형화된 도시 가람의 형태를 연구하고, 신라 왕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坊) 전체는 물론 황룡사 주변까지 조사를 확대해 연차 발굴조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이를 위해 경주시를 비롯한 사업추진단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사업에 황룡사 앞쪽인 미탄사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사단은 “정밀 발굴조사를 통해 미탄사의 규모와 성격 등이 파악된다면 통일신라시대 도심 속 왕경인의 신앙생활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문화경관(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등)과 어우러지는 보존과 활용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주 미탄사지 유적은 ‘중요 폐사지 시․발굴조사 사업’의 첫 조사지로 2013년부터 조사 중이다. 이 사업은 전국에 산재한 ‘사지(寺址)’와 ‘사지 소재 문화재’의 훼손이 심각함에도 그 가치와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주목해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마련 중인 사지(폐사지)에 대한 단계별 종합정비계획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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