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식민 지배 하나님 뜻” 망언 종합세트
野, 파상공세 “조선총독부 관헌인가”
與, 옹호론·비토론 동시 분출 ‘혼란’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 ‘인사 참극’의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일본에 의한 식민 지배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강연 내용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깜짝 발탁이란 평가를 받던 문창극 후보자는 극우 칼럼 논란에 이어 교회 강연 파문이 커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문 후보자가 실제로 ‘文(문)참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안대희 전(前) 대법관의 대체 카드인 문 후보자마저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무총리 후보자 연속 낙마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문 후보자가 지난 2011∼2012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 특별강연에서 나왔다. “일본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조선 민족 상징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한 것”이라는 등의 발언이었다. 이를 포함해 민족 비하 혹은 왜곡된 역사 인식으로 비치는 발언이 수두룩해 ‘망언 종합세트’를 방불케 했다.

문 후보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긴급 진화에 나섰다.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논란이 되고 있는 글들은 언론인 출신의 자유 기고가로서 쓴 것이고,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의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점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로부터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느냐”라며 다소 여유 있는 반응을 보였었다.

야당은 건국 이래 최대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총리 지명 철회 요구 등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내정자인지, 일제 조선총독부의 관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금태섭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대한민국 총리 후보자로서 있을 수 없는 반민족적 망언”이라면서 “박 대통령은 즉각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오늘 아침에는 밤새 자신의 발언 때문에 온 나라가 들끓었는데도 사과할 게 없다고 시치미를 떼다가 달랑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표명을 하는 것을 보면 일국의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갖춰야할 최소한의 소양과 품격이 ‘0점’”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온라인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새누리당 내부에선 옹호론과 비토론이 동시에 나오는 등 혼란에 휩싸였다.

문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청와대 비서실의 검증 부실이 또 한 번 확인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대참극’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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