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林)영록-임(任)종룡, 관피아 논란 속 취임 후 희비 교차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임영록(59) KB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55)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취임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두 수장을 바라보는 대내외적 시선은 크게 엇갈린다. 모두 관피아 논란 속에 취임했지만 한 쪽은 각종 금융사고와 내홍으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다른 한쪽은 경영능력 등에서 인정을 받으며 조직 내 기반을 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은 행정고시 선후배 사이로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회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두 사람 모두 ‘모피아’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 임영록 회장은 KB금융지주 사장으로 3년간 재직했음에도 회장에 내정된 이후 국민은행 노조로부터 한동안 출근저지를 당했고 그러면서 취임도 한 달이나 지연됐다.

농협 노조도 ‘농민의 자율적인 조직에 정통관료 출신이 회장으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전임 신동규 회장이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의 갈등으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면서, 임종룡 회장은 농협금융의 구조적 문제를 떠맡은 채 출발해야 했다. ‘전산사고 단골’이라는 오명처럼 불안정한 전산시스템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다만 내정된 지 일주일 만에 취임하는 등 임영록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첫 발을 내딛었다. 실제 그는 취임식 전 노조를 찾아 대화에 나섰고, 100%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두 수장의 공통 과제는 ‘비은행 부문 강화’였다. 때문에 ‘알짜 매물’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모두 뛰어들었다. 임영록 회장은 취임 후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익구조와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며 M&A를 검토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임종룡 회장 역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농협금융 3대 축인 은행·증권·보험 분야 중 은행과 보험은 해당 업계에서 각각 4번째 정도의 자산규모나 영업력을 갖추고 있지만, 증권은 업계 13위 정도로 중소형 규모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증권분야를 보강해야 3개 분야가 시너지 효과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투증권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결과적으로 우투증권은 농협금융 품에 안겼고, KB금융은 ING생명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데 이어 또 다시 M&A 실패 악몽을 겪어야 했다.

물론 올해 초 카드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두 수장 모두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등 난관을 맞기도 했다.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것도 흠집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후 흐름은 크게 달랐다. KB금융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빠졌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100억원대 국민주택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확인서 발급 사건 등 잇단 금융사고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이건호 국민은행장과의 갈등설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국은 이러한 특검 결과들을 오는 26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 한꺼번에 상정할 계획이다. 취임 당시 ‘리딩뱅크의 위상을 되찾겠다’던 임영록 회장의 다짐은 희미해졌고, 취임 1주년에 자신은 물론 지주와 은행 임직원 120여 명이 한꺼번에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에 반해 농협금융은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우선 12일 임 회장 취임 1주년과 우리투자증권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연다. 농협금융은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로 자산 규모로만 따지면 주요 금융지주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자산이 255조 원에서 290조 원으로 증가해 하나금융(295조원)과 KB금융(296조원), 신한금융(311조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증권업계 불황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투증권 패키지 인수 후 실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다. 실제 우투증권 인수에 농협중앙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만큼, 임종룡 회장도 실적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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