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섬이나 산골 마을에 사는 분들, 연세가 많으시거나, 장애로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운 분들에게는 병원에 한번 가는 것도 너무 큰일입니다. 원격의료는 이런 의료사각지대에 조금이라도 따스한 온기를 전하려는 작은 노력입니다.” 이것은 보건복지부의 홈페이지 보건의료제도개선에 게재돼 있는 글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광역시, ·소도시, 도서지역 등 각각 3곳을 선정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해서 원격의료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을 검증하기로 합의했다.

시범사업은 스마트폰, 일반전화, PC(영상통신장비 포함) 등을 이용해서,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모니터링, 상담·교육, 진단·처방 등 원격의료시범사업을 실시하되, 만성질환의 구체적인 범위 및 구체적인 시범사업 방법과 상시적인 건강관리와 진단·처방관리를 지역별·단계별로 분리 실시하는 방안을 정부와 의료계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도서와 벽지 등의 경증질환 초진과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도 원격 진단·처방 등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시범사업 의·정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 등의 주요사항을 결정하고 그 산하에 공동 실무 작업반을 구성해 시범사업 관리·운영 등을 담당한다. 또한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의·정 동수의 중립적 평가단을 구성하며 평가단은 평가전문인력 중심으로 구성하되 관련 협회·학회 인력 등도 포함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 및 환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고 원격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한다.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 등 의료정보화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검토하고 추진해 왔으나 이 분야에 기술 진보와 의료장비개발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했으나 실제 도입하는 데는 큰 진전이 없었다. 원격의료만 하더라도 지난해 모 기관에서 시행한 설문조사(2403)에서 68.3%가 찬성한다고 한다. 국민들 입장에서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더 편리하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원격의료 도입을 찬성하는 정부와 기업 입장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경제 속에서 보면 의료강국이자 IT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의료와 IT가 만나서 결합하는 유헬스(U-Health)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유망 신성장동력산업이다.

그러나 의사협회 등에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반대 측은 우리나라 의사 밀도는 현재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핀란드 등에 비해 20배 내지 100배 높아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없고, 일대일 진료에서 일대다수의 진료로 바뀌고 수도권·지방 등 지리적 여건이나 병원·의원이 구분없는 무한경쟁으로 의료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으며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한다. 이렇듯 긍정적인 면과 편익과 함께 부정적인 면과 부작용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와 IT의 융합 현상이라는 큰 물결을 역류시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사회문명사적으로 볼 때 농업, 산업, 정보 등의 혁명 같은 사회변혁기에는 항상 이해집단 간에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을 잘 조정하고 대응한 집단과 국가만이 융성하고 발전해 왔다. 이번 시범사업이 부정적인 면과 문제점을 찾아서 이를 보완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