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장력

이인원(1953~  )

내가 너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순간과
네가 나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순간과

손바닥이 발바닥이 되는 순간과
발바닥이 손바닥이 되는 순간과

차가운 심장에 뜨거운 귀를 갖다 대는 순간과
차가운 웃음 속에 뜨거운 눈물이 갇히는 순간과

[시평]
표면장력이란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을 말한다. 같은 분자끼리 당겨주는 힘에 의해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 그러므로 ‘스스로 위축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마음도 표면장력과 같이 위축되는 현상이 없지 않아 있으리라. 마음의 표면장력, 즉 마음이 스스로 위축이 되어 최소한으로 되고자 하는 작용은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
나의 열망이 상대의 냉담함을 만날 때, 우리는 스스로 위축이 될 것이다. 나는 나의 열망이 나를 당겨주지만, 상대는 냉담함으로 나를 당겨주지 못하니, 나 스스로 위축이 되어 동그랗게 마음을 말아 숨어버리고 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웅크려진 우리의 마음. 마음의 표면장력, 우리는 한 생애를 건너가면서, 얼마나 많은 마음의 표면장력, 일으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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