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시즌이 다가오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곤 한다. 월드컵을 집행하는 세계연맹체로서 회장과 집행위원들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월드컵 개최권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등 세계 축구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FIFA가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바로 눈앞에 두고 부러움과 감탄의 대상이었던 예년과는 달리 세계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체면이 말이 아니다. 검은 돈에 얽혀 수뢰, 승부조작과 타락 등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FIFA의 부패 및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에는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일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살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욕 타임스는 2010 남아공월드컵 직전의 친선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2022년 월드컵은 한국도 개최권 경쟁에 참여해 그 진위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FIFA 일부 관계자들의 2022년 월드컵 재투표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한국은 다시 한 번 월드컵 유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201012월초 이루어진 카타르의 2022 월드컵 유치 결정은 같이 유치경쟁을 했던 한국에게 값진 교훈을 주었다(천지일보 2010127일 인터넷판 스포츠 세상 칼럼 참조). 한국의 경기도만한 땅에 12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총 40억 달러(46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짓고, 월드컵이 열리는 6~7월의 살인적인 폭염과 관련해 태양 전지패널을 이용한 친환경 냉방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온도를 27도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카타르 유치위원회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2002 일월드컵 수준에서 대회 유치를 준비했던 한국으로서는 비교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4년 뒤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가 돈에 의한 로비결과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니, 한국에게는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분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오일달러를 앞세운 카타르의 의 위력 앞에 춤을 춘 월드컵 유치의 진흙땅 싸움에 한국은 선의의 피해자가 된 셈이다.

블래터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운영되는 FIFA는 오랫동안 돈과 관계한 추문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많이 손상됐던 것은 사실이다. 블래터 회장 전임인 아벨란제 전 회장 때부터 재정 운영의 난맥상, 뇌물, 섹스 파문, 동성애자 차별 대우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FIFA 대변인과 홍보담당자는 추문이 터질 때마다 일일이 해명하고 기자회견을 하느라 바빴다.

FIFA는 앞으로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경제적,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부정한 행위들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에 타락, 뇌물 및 승부조작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할 윤리위원회를 강화해 조직체의 공정성 및 도덕성을 확립해야 한다. 축구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스포츠이다. 월드컵은 이념과 체제, 인종과 종교의 차이를 넘어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FIFA는 중병에 걸린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고 새로운 비상을 위해 힘찬 출발을 해야 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기화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축구의 16강 진출과 함께 말이다. 축구는 분명히 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스포츠이며 이를 움직이는 FIFA는 세계인의 조직체로 존경 받아야만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