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베를린에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함께 사용하는 종교시설이 탄생한다. 왼쪽에서부터 베를린 유대인 커뮤니티 토비아 벤-코린 랍비, 이슬람교 수니파 카디르 산치 이맘, 이 시설 건립을 제안한 독일 복음교회 그레고르 혼버그 목사이다. (사진출처: ‘하우스 오브 원’ 홈페이지 화면캡처)

개신교‧유대교‧이슬람교 한 시설에서 예배‧기도한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종교간 화합과 상생을 위한 실험이 시도된다. 개신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한 지붕 아래 예배 공간을 공유하는 ‘하우스 오브 원(The House of One)’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

동베를린 페트리플라츠에 건축될 ‘하나의 집’ 안에는 개신교 교회, 유대교 시나고그, 이슬람교 모스크가 함께 자리를 잡을 계획이다. 각 종교의 신자들은 이 시설 안에서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종교의 벽을 허무는 이 시도는 독일의 세 종교 지도자가 뜻을 모으면서 시작됐다. 독일 복음교회 그레고르 혼버그 목사, 베를린 유대인 커뮤니티 토비아 벤-코린 랍비, 이슬람교 수니파 카디르 산치 이맘이 그 주인공이다.

공동 종교시설이 들어설 페트리플라츠는 1200년대 베를린이 탄생할 때부터 교회가 있었으나 건물은 헐렸고, 땅은 빈터로 남아있었다. 이후 지난 2006~2008년까지 발굴 작업이 이뤄지면서 200년대 교회 유적이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시는 복음교회와 상의해 이곳에 새로운 교회를 짓기로 결정했고, 혼버그 목사는 세 종교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교회를 제안했다.

혼버그 목사의 제안에 유대교는 찬성했으나 처음에 이슬람교는 반대했다. 유대교와 함께 해야 한다는 데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무슬림 집단과의 접촉 끝에 터키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수니파와 연이 닿았다.

이 종교시설 건축을 응원하는 이들도 많다. 현재 건축 비용 모금을 위한 웹사이트에는 여러 종교인들의 지지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마르쿠스 드로게 개신교 주교는 “이곳 베를린에서 서로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화해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라며 “종교인들의 화해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이나 무슬림이나 각기 다른 문화와 방식으로 신을 섬기고 있지만, 모두 같은 신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원한다”라며 “신은 하나지만 인간에 의해 분열돼 왔다. ‘하나의 집(한 지붕 세 종교)’은 이런 믿음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단순히 베를린을 넘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유대교 대학 커뮤니티 회장이며 ‘하나의 집’ 홍보대사인 알랙산더 그로덴스키는 “세계평화를 위해 종교간 대화, 문화 간 대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집’이 완공되기까지 예상되는 비용은 약 4350만 유로(약 605억 원)다. 모금은 홈페이지를 통해 벽돌 한 장에 10유로씩 총 벽돌 435만 장을 기부받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착공한 뒤 4년 안에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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