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실감난다. 급변하는 이웃 중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는 동토의 왕국 북한을 늘 옆에 두면서도, 한편으론 개방된 듯, 다른 한편으로는 왠지 단절된 듯 아리송한 태도로 일관해 오던 중국의 이미지가 있어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사회주의·교조주의 등 구시대 유물과도 같은 비현실적 노선과 색깔을 고수해 오던 중국이 더 이상 기존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성장과 군사력, 외교적 활동과 역량을 두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제 관심이 가는 것은 시진핑 중화인민공화국 제7대 국가주석이다. 13억 중국을 이끄는 지도자의 생각과 의식, 나아가 철학에서 이미 기존 지도자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석 취임 1주년을 넘기면서 시대의 흐름을 읽고 냉철하게 분별해 가고 있음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잠시 2014년 그의 신년사를 들여다보자. 그는 개혁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개혁을 추진하는 근본목적은 국가가 더욱 부강해지고 사회가 더욱 공평하고 정의로워지며 국민들의 생활이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했다. 또 “70억 인구는 하나의 지구촌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서로 돕고 의지하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공동발전을 실현해야 합니다. 나아가 저는 세계 각국 인민들이 자체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 서로 이해하고 서로 도우면서 우리가 생존하는 지구를 공동의 아름다운 낙원으로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역설했다.

중국과 중국지도자를 다시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국의 부흥과 발전은 물론 다민족 사회에서 공평과 정의가 살아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이며, 빼놓지 않고 강조한 것은 세계 각국 또는 여러 민족의 다양성과 존엄성을 인정함과 함께 지구촌을 아름다운 낙원으로 만드는 데 온 세계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메시지는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시정연설을 통해 시 주석은 이미 세계평화를 염두에 둔 세계적 지도자로서의 면모와 높은 문화의 차원에 이르러 있음을 엿보게 한다.

시 주석의 이 같은 평화사상은 지난 5월 28~29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제2차 신장 업무 좌담회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테러와 관련, “신장에서 종교적 긴장을 완화하는 기본 원칙은 합법적 종교 활동을 보호하고 극단주의적 종교 활동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과거에는 합법적 종교 활동도 무조건 당국이 탄압하면서 위구르족과 소수민족의 분노를 유발했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종교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 노선을 인정한 셈이기도 하며, 종교뿐 아니라 언어·문화 등 전반적인 영역에까지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시 주석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포용력이 담긴 미래지향적 정치 철학 실현의 첫발로 평가된다.

이 같은 일련의 행보를 통해 그는 무엇이 중국다운 중국이며, 중국과 인민을 위한 정치와 이념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해 왔음을 엿볼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답도 얻은 듯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고민하게 했을까. 중국은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언어 인종 종교 영토 역사 문화가 다른 56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지구상 가장 복잡한 나라다. 따라서 가장 다양성이 요구되는 나라임에도 가장 다양성이 억압돼 온 나라였다. 이것이 시위와 테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였다. 지도자로서 이러한 현실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며, 문제해결 방법으로 기존의 방식 즉, 폭력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과 지혜를 얻은 것이며, 국제적 지위와 위상에도 맞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지구촌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이 시대 인류의 공통된 과제이듯, 다민족·다종교·다문화 속의 중국을 하나로 만들어가야 하는 중국 지도자의 고뇌도 결코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인류화합과 평화라는 지상과제를 풀어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라는 지엄한 하늘의 뜻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대목에서 잠깐 화두를 돌려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약 500백 년 전 조선에는 유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격암 남사고 선생이 지은 ‘남사고비결서’라는 예언서가 있다. 이처럼 중국에서도 금서로 취급돼 오던 예언서인 ‘추배도(推背圖)’가 있다. 이 추배도는 화첩 형태로 매 장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그림 밑에는 비서(秘書)가 적혀 있으며, 총 60장의 화폭으로 구성돼 있다.

추배도 예언은 금서로 취급된 지 1400년 만인 지난 1990년에 발견됐으며, 당나라 태종(이세민) 때 천문학자 이순풍과 원천강이 함께 그려 낸 장차 미래의 길흉화복을 기록한 비책이다. 예언 중에는 ‘여황제 탄생 예언’이 있었으며, 이 예언은 690년 여황제 ‘측천무후’가 나옴으로 적중했고, 이로 인해 추배도는 금서로 분류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과 덩샤오핑 등장 등 60가지 예언 중 55가지 예언은 이미 적중했으니 남아 있는 5가지 예언에 관심이 가 있는 상태다.

살펴볼 것은 56번째 예언이다. 3차 세계대전을 예고하면서,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나라가 핵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57번째 예언이 등장한다. 키가 3척인 한 아이가 등장하며, 이 아이는 모든 외국인들이 절을 하게 만들며, 파란 서양과 빨간 동양이 싸울 때 신(神)의 아들이 나타난다. 이 신의 아들은 전쟁을 종식시킨다. 그러면서 58번째 예언에서는 큰 문제가 해결됐고 친구가 되고 형제가 되고 평화가 온다. 남은 두 예언을 통해서는 악을 행하지 말라는 예언으로 끝을 맺는다. 괄목할만한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예언은 세계 종말을 예언했다면, 이 추배도는 기존 예언서들과는 달리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심스레 중국이 낳은 예언서를 언급하는 것은 중국 지도자의 역할이 이 시대에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자는 데 있다. 신의 아들을 통해 전쟁종식과 세계평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가 중국 지도자의 손에 달려 있음을 추배도 예언은 물론 이 시대가 분명히 알리고 있다. 명심할 것은 지금까지 추배도 예언이 적중했다면, 남은 5가지 예언도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즉, 단일문화민족이 다민족과 다종교 다문화를 수용해 가면서 얻게 되는 지혜와 중국 즉, 다민족·종교·문화국가가 다양성을 인정하며 하나로 만들어가는 노력에서 얻는 지혜가 합해 동북아를 넘어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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