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능력 있는 여성, 좋은 엄마, 사랑스런 아내, 착한 며느리, 훌륭한 이웃, 효심 있는 딸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 늘 노력하고 전전긍긍하면서 한편으로는 힘겨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은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빠져 있음이다. 또한 최근의 급격한 출산율 감소와 여성에 대한 사회의 높은 기대가 완벽주의 육아를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외동아이가 늘다 보니까 온 가족(친가, 외가의 조부모 포함)의 관심이 아이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차적 양육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완벽한 육아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엄마는 늘 불안할 뿐더러 자신의 만족스럽지 못한 육아방법에 대한 자책감과 후회,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것(예: 대소변 가리기의 훈련 시기나 어린이집을 보내는 시기의 결정, 각종 교육의 참여 여부 또는 선택의 결정 등)의 어려움에 심각하게 직면한다. 그러므로 완벽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행복한 육아에 임할 수 있다. 슈퍼우먼이 되려는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원래 불완전한 존재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려고 애쓰는 순간 행복과 여유는 저 멀리 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나 자신에 대해서 충분하게 인정하고 스스로 칭찬하라. 단지 지금의 나보다 조금씩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정도면 훌륭하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A는 우울한 기분과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서 필자의 병원을 방문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회사를 다니다 보니 집안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때가 주말밖에 없다고 한다. 평일에는 저녁에 늦게 들어오고 아침에 일찍 나가다 보니 그렇다고 푸념했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에게 이유식과 간식도 만들어주고, 정말 좋은 환경에서 아이를 돌봐줄 텐데 아쉽고 안타깝다고 한다. 나만 돈 번다고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어서 아이와 남편에게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도 했다. 정말 그녀는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녀에게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떨쳐 버리라고 조언했다. 일과 육아, 그리고 살림의 세 가지를 하는 여성이 모든 것에서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그것은 일종의 지나친 욕심이다. 따라서 현재 내가 수행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감을 갖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비교의 심리를 버려야 한다.

집에서 아이만 키우는 엄마들이 간식을 만들어 주는데, 나는 그러지 못하니까 부족하다는 비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남편에게 물어보라. 혹시 내게 더 바라는 집안일이 있는지를 말이다. 남편이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별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미 최고의 아내이자 살림꾼이라는 자긍심을 가져라. 스스로 괜한 상상 끝에 만들어내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자. B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특히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였다. 아이 교육 문제만큼은 원칙을 세워서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를 접하면 ‘맞아, 아이는 정말 소신껏 키워야 하는 거야’ 공감하다가도, 막상 옆집 아이는 어느 학습지 시킨다더라, 누구는 얼마짜리 유치원에 보낸다더라 하면 귀가 솔깃해졌다. 그뿐 아니었다.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마음먹었다가도, 수영이 더 필요할 것 같고, 미술학원도 안 보낼 수 없을 것 같아 매일 고민이었다. 소심한 엄마 때문에 막상 아이가 한 가지도 제대로 못 배우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엄마가 아이의 일에 관해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의 심리적 이면에는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내가 내린 이 결정이 최선일까?’라는 불안감도 함께 작용한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이 최선이라는 긍정적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자. 만일 예상과 다르게 결과가 별로 좋지 않으면, 그 때 다른 것을 선택하는 등의 문제 해결을 시도해도 결코 늦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보다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육아에 임하자. 완벽한 엄마가 되기보다는 행복한 엄마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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