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본드 걸 김연아가 파리의 밤을 환하게 밝혔다.’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의 피겨 퀸 김연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피겨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우승하자 AFP 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김연아는 이 대회에서 007 영화음악을 배경으로 환상적이고 완벽한 연기를 펼쳐 관중의 넋을 빼놓았다.

세계의 언론으로부터 극진한 찬사가 쏟아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AFP 통신은 이어서 ‘이번 대회에서 김연아가 거둔 성적은 그녀의 경쟁자들에게 감히 올림픽 금메달은 노릴 생각을 하지도 말라는 일종의 경고 같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미국 LA 타임스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금메달이 당연히 김연아의 몫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경기시간인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썼다. 또 ‘김연아의 연기하는 모습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고 기사를 이었다.

정말이지 김연아의 선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받았던 가슴 뭉클한 감동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칭찬은 모자라면 모자랐지 넘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속 시원한 무엇을 갈구하던 답답한 일상의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의 딸 김연아가 선물한 우승 소식은 그 값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값진 것이었다.

김연아는 대한민국의 딸로서 우리 모두에게 큰 효도와 애국을 했다. 같이 커나가는 동년배나 김연아보다 나이어린 후배들에게는 뜻을 세워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세계를 무대로 이렇게 멋지고 신나게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김연아와 같은 큰 세계에 도전하는 정신을 가진 우리의 딸 아들들이 많이 나와야 이 나라에 희망의 불빛이 커지고 미래가 밝아진다. 꼭 스포츠가 아니어도 도전할 일은 많다. 예술, 문화, 과학은 물론 기아문제와 난민을 위한 국제 자선 및 봉사활동 등 그 활약으로 자기 성취, 자기만족과 함께 세계에 나라를 알리고 애국하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 젊은이들이 길러지도록 정부와 사회가 각별한 정책과 관심, 분위기 조성으로 뒷받침해야 할 텐데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 너무나 많은 젊은이들이 소위 신이 내린 직장이나 신도 모르는 직장, 철밥통 직업, 각종 고시로 얻어지는 직업에 안주하려는 꿈에 매달려 있지 않은가.

사람이 유일한 자원인 나라에서 김연아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가 모국에 벌어다 주는 것을 금액으로 따질 수는 없다. 그렇게 따지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만큼 김연아와 같은 인재의 가치는 무한하다. 예로 드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정상외교에서 김연아의 모국 한국에서 온, 김연아를 배출한 한국의 정상이라고 하면 우리 정상의 면모는 김연아에 무릎을 꿇고 만 파리 그랑프리 은메달리스트의 나라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장차관이나 국회의원들의 해외 나들이에서도 다를 것이 없다. 그뿐이겠는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판다고 하는 시대에 김연아의 나라 한국에서 온 기업인 또는 그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하면 호감이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 한국의 딸 연아야, 네가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아무것도 보태준 것이 없어 염치는 없지만 부탁이 하나 있다. 칭찬에 개의치 말고 더욱 정진하거라. 세계 정상에 오른 영광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겸손한 언행에 마음이 놓이긴 하다만 매스컴을 비롯한 세상의 칭찬이나 호들갑에는 조금도 마음 쓰지 마라. 너의 오늘이 있기까지 남모르는 자기 희생과 정진, 땀과 눈물로 얼룩진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돼서라는 것을 잘 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면 더 큰 영광으로 보답받을 것이다. 오로지 부모님과 오서 코치, 윌슨 안무 선생님의 말씀을 종교처럼 믿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실제 경기는 연습보다 더 쉽게 느껴지도록 해주기 바란다.’

김연아는 약관의 나이에 의미심장한 일을 해냈다. 세상 넓은 줄 모르고 좁은 땅에서 제대로 챙겨지지도 않는 자기 몫을 챙기려고 부대끼며 아옹다옹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인재들이 모여 이루어낼 세계 경영의 꿈, 그것을 우리에게 심어 준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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