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다국적 통신사 보다폰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고객 감청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런 요청으로 감청이 가능한 비밀회선을 제공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현지시각)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보다폰이 세계 27개국 자사 서비스망에 대한 법 집행 협조 현황 보고서를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통신업체가 전 세계 자사망을 대상으로 감청협조 통계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다폰은 서비스 운영국 중 6개국에서 자사 통신망을 직접 감청할 수 있는 권한을 국가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국가는 영장 절차 없이 고객의 통화내용을 감청하거나 인터넷 트래픽까지도 원하는 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밝혔다.

몰타는 유럽국가 중 인구대비 감청 활동이 가장 빈번했던 국가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 42만 명 중 3773건의 고객 통신정보 요구가 있었다. 마피아 수사 활동이 많은 이탈리아도 통신정보 제공요구 건수가 60만 5000여 건에 달했다. 스페인은 4만 8000여 건, 포르투갈은 2만 8000여 건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직접 감청도 이뤄졌다. 전체 통신업체에서 총 2760건의 통화내용 감청이 있었고, 통신정보 제공 요구는 51만 4608건에 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인도, 터키, 카타르 등 9개국은 국가기관의 감청 협조 내용을 공개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번 통계 보고서에서 제외됐다.

보다폰은 이번 통계를 공개하면서 휴대전화나 인터넷 활용을 둘러싼 국가기관의 감청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며, 고객 사생활 보호 및 투명성 개선 노력을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8월에도 가디언 등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료를 인용해 브리티시텔레콤(BT), 보다폰, 버라이즌 등 영국의 대형 통신사들이 정부의 정보통신본부(GCHQ)에 자사가 보유한 대서양 해저케이블망 접속권한을 부여하고 고객정보 수집 및 감청을 지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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