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4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8대 9 스코어… 중원 뺏긴 與, 압승 못한 野
‘세월호 심판론’ ‘박근혜 살리기’ 안 통했다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지난 4일 치러진 6.4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결론이다.

8대 9. 유권자는 어느 한쪽에 몰아주지 않았다. 전체 균형을 맞추는 대신 광역단체장 한 석을 야당에 더 줬다. 새누리당이 8석, 새정치민주연합이 9석을 가져갔다.

새누리당으로선 선전했다는 평가다. 세월호 심판론이 거셌지만, 큰 낭패는 피했다. 수도권 핵심인 서울시장은 놓쳤지만, 인천시장과 경기지사를 건졌다. 이 지역은 세월호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곳이다. 수도권 전멸 위기론까지 나왔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것은 뼈아픈 점이다. 서울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였다. 새누리당의 또 다른 상처는 중원싸움에서의 패배다. 충청권인 대전시장, 충남지사, 충북지사, 세종시장을 모두 야당에 내줬다. 강원지사도 가져오지 못했다. 간발의 차이로 밀렸다. 국토의 허리이자 선거 캐스팅보트 지역인 충청권에서 전패한 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에 부담될 수밖에 없다.

텃밭은 지켜냈다. 새누리당의 거점인 대구, 부산, 경남에서 야당 후보의 강력한 도전을 받았으나 모두 물리쳤다. 부산시장 선거에선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의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이변은 없었다. 기초단체장을 117곳이나 차지한 것도 새누리당이 얻은 소득 중 하나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엔 82곳에 그쳤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장을 사수한 데 이어 충청권 4석과 강원지사를 모조리 쓸어 담은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의 허리 싸움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하지만 4년 전과 비교하면 광역단체장 1석을 더 얻은 정도에 불과하다. 심혈을 기울였던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밀렸다. 세월호 바람이 강했음에도 이를 지지 세력으로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여당도 야당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가 지역만 바꿔치기했을 뿐 정치적 균형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황금분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병익 정치평론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무승부”라면서 “세월호 여론이 선거 결과에 많이 반영됐지만, 현명한 국민이 배의 평형수처럼 여야 간에 평형을 잘 유지시켜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심판론’과 ‘박근혜 구하기’로 일관한 정치권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는 주장도 있다. 홍형석 한길리서치 소장은 “세월호를 지렛대로 해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던 곳이나 ‘박근혜 대통령 살리기’를 주장했던 곳에선 오히려 여야가 재미를 못 봤다”며 “이제 이런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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