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아내와의 노동

정성수(1943~  )

늙어가는 아내와 나의 노동은
일당산 곰지기 계곡 나무집에 앉아
추억 속으로 돌아가는 길
조금씩 지우는 일

폭죽처럼 날아오르는 아침 새떼를 향해
함께 손뼉 치는 일

다시 저녁이 올 때까지
상처받은 별들의 실밥
조심조심 풀어주는 일

[시평]
‘노동’은 참으로 신성한 일이다. 실상 노동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이 우리 삶에 없으면 우리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고, 그래서 하던 일도 모두 놓고, 그저 늙어가는 아내와 하루하루 살아가는 늘그막의 노부부. 여태껏 ‘밥을 위한 노동’을 해오며 살았다면, 이제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그러한 ‘마음의 노동’만이 남아 있으리라.
나이가 든 늙은 부부의 노동이란 두 부부가 나란히 앉아 지난 일들이나 이야기하며, 그 지난 일을 하나하나 지워가는 일. 그래서 더욱 편안해지는 저녁녘, 날아오르는 새떼들이나 바라보는 일. 그리고 날아오르는 새떼들을 향해 어린 아이들 마냥 손뼉이나 쳐주는 일. 그리고 어둠이 차츰 천지를 덮어 가면, 하늘 높이 떠 있는 별들과 이야기하는 일. 그 별들이 하늘에 잘 떠 있도록, 마치 어린 시절 연줄을 풀어주듯, 실밥이나 조심조심 풀어주는 일.
이만한 노동이면, 참으로 늘그막에 맛보는 보람 있는 일, 노부부의 값진 하루의 노동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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