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교육에 성공한 전통적인 동서양 어머니상으로 맹자의 어머니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를 꼽는다. 아들을 위해 좋은 교육적 환경을 찾아 묘지에서 시장을 거쳐 서당 부근으로 이사를 간 맹자 어머니의 맹모삼천지교일화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동양 어머니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맹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에서 어머니의 훌륭한 가르침으로 인간의 성선설을 주장하며 고대 중국철학의 대표적 지성으로 큰 업적을 남겼다.

한 개인의 위대한 참회를 담은 고백록을 저술한 로마시대의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모니카는 자식을 위한 뜨거운 모성애를 보여준 서양 어머니의 이상적인 롤모델이다. ‘고백록에서 죽음이 임박한 모니카와 아들 아우구스티누스가 나눈 대화는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다.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들을 다정한 아이라 부른 모니카는 아들이 큰 사랑의 의미를 깨닫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기도했다. 신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모니카는 나쁜 행동과 죄를 범한 아들을 꾸짖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안아 결국 아들을 위대한 성인으로 이끌었다.

이상적인 동서양 어머니상이 오버랩된 것은 깜깜한 밤중에 학교 운동장에서 뛰는 어린 초중고 학생 선수들의 훈련 뒷바라지를 하는 일단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대학원 야간 강의를 마치고 나오다가 운동장 주위 벤치에서 여러 명의 중년 아주머니들이 모여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래의 챔피언을 꿈꾸는 자식들의 성공을 바라며 헌신적인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헬리콥터 맘의 전형적인 광경이었다. 자식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먹는 것에서부터 훈련, 친구관계, 학업 등 모든 것을 코치처럼 일일이 챙기는 어머니들이었다.

헬리콥터 맘의 성공신화는 스포츠에서 자주 등장한다.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박세리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끊임없는 관심과 뒷바라지로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었다. 차가운 빙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딸을 무한정 기다려주고, 체력 보강을 위해 온갖 영양가 높은 음식물을 준비하고, 수영장과 골프장이 어디에 있든 데려다주는 어머니의 뜨거운 모정이 있었기에 이들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헬리콥터 파파보다 헬리콥터 맘이 스포츠에서 더 일반화된 모습이다. 이는 자녀에 대한 집착이 많은 어머니의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체육 심리학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스포츠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자식들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헬리콥터 맘들의 활약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 인기 스포츠는 물론 육상 등 비인기 종목에 걸쳐 경기가 벌어지거나 훈련 장소에서는 어머니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헬리콥터 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아이가 아니면 안된다며 개인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경기는 물론 훈련에까지 일일이 간섭해 지도자, 선수들과 마찰을 빚거나 잡음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관계기관과 언론 등에 투서를 마다하지 않는 공격적인 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헬리콥터 맘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시대의 반영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녀 1~2명밖에 안 낳는 저출산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학업 및 취업 등 전반적인 경쟁이 가열되면서 불안한 마음이 든 어머니들이 자녀들의 일을 본격적으로 거들면서 나타난 현상의 일면으로 판단된다.

헬리콥터 맘이 스포츠에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것은 개인들의 선택이겠지만 좀 더 성숙된 모습으로 비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맹자와 아우구스티누스 어머니와 같이 개인의 올바른 자아 성취와 숭고한 인간의 성장을 고취시키는 교육적 효과를 낳도록 힘을 쏟는다면 헬리콥터 맘의 부정적 시선이 많이 완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부모들은 자녀가 인생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이지, 정작 인생 자체를 살아가는 것은 자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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