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행정복합도시(세종시) 문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이 원안을 수정하지 않고 추진하겠다던 입장에서 차선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청권에서는 반대집회가 연일 열리는 등 충청지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들어 교육·산업도시로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전하는 행정부처를 대폭 줄이는 대신 일부 대기업의 본사와 대학 등 교육기관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터무니 없는 발상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 추진된 세종시나 지방 혁신도시 건설은 정치적 쇼가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제·정치·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에서 나타나는 폐해를 막기 위해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대한민국이 고루 잘 살자는 취지였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세종시법에 대해 전폭적으로 찬성했으면서도 이제 와서 전면 수정을 하겠다고 나서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세종시는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여당 역시 이의를 제기지 않다가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하게 된 배경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충청권 총리가 전면에 나서서 정치권에서 이룬 합의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세종시 전면 백지화 혹은 대폭 수정은 친서민 정책을 최대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도 괴리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세종시 추진은 단순히 충청권 지역 주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있는 지방 혁신도시들도 착공을 미루거나 관련 예산을 대폭 축소시켰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수도권과 지방간 이질감은 물론이고 또다른 지역 갈등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현 정부가 부자와 특권층, 대기업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세종시에 칼을 대서는 안된다.

당(黨)·정(政)·청(靑)은 10·28 재선거를 앞두고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세종시와 관련된 모든 의견을 수면 위로 띄우고 당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판단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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