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위의도서관 김경훈 대표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지급하는 지역화폐 ‘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름위의도서관 김경훈 대표 인터뷰
“책 빌리는 사람에게 지역화폐 ‘별’ 적립해줘
가맹점서 사용·기부하면 마을 경제 살아나죠”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기분 좋은 오후, 당신은 독서를 원한다. 그렇다고 책을 빌리거나 사기 위해 밖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인터넷을 통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익숙한 동네 아주머니가 책을 건네주신다. 책장 안에는 책 주인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재밌게 읽으세요. 정말 감명 깊은 내용이에요. 볼 때마다 행복해지는 책이랍니다.”

가끔은 책 주인이 보낸 깜짝 선물이 함께 배달된다. 이 도서관은 독서로 함께 사는 삶을 꿈꾸는 ‘구름위의도서관’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구름위의도서관은 건물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모두의 책장이 도서관이 된다. 지역 주민이 자신의 책을 구름위의도서관 홈페이지에 등록해 빌려주는 구조다. 이 특별한 도서관의 대표 김경훈(44) 씨를 만났다.

“지인에게 책을 빌려주려다가 카페에 책 목록을 올리고 빌릴 수 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다가 좀 더 확장해서 마을에서 다 같이 책을 나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 도서대여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구름위의도서관이 더 특별한 것은 도서관을 이용할 때 적립되는 지역화폐 때문이다. 도서 등록․대여 시 지역화폐 ‘별’을 적립해주고, 모은 만큼 가맹점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작은 미용실, 분식집, 빵집을 이용하거나 마을 내 비영리단체에 후원금을 냄으로써 사회공동체 활성화를 유도한 것이다.

▲ 구름위의도서관에서 사용되는 지역화폐 ‘별’ ⓒ천지일보(뉴스천지)

도서 대여료는 3000원이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차원이라면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여료 대부분은 배달하는 이에게 돌아간다. 특별히 배달원이 있는 것은 아니고 마을의 아주머니나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책을 나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책은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과 호매실동 내에서만 빌릴 수 있다. 애초에 홈페이지 가입도 금곡동과 호매실동 주민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구성됐다.

“큰돈이 없어도 지역주민이 자신의 잉여 자원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지역 내 공동체적인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일손을 돕고 지역화폐로 대가를 받아 의식주를 해결한다. 듣고 보니 우리네 품앗이 같다. 가족을 넘어 마을 모두 함께 나누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 대표는 직장을 다니며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도서관 병행이 힘들 법도 하지만 일을 그만두면 도서관 수입에 집착하게 될 수도 있고, 취지를 흐릴 것 같아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구름위의도서관은 작년 수원시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을 통해 1년간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문을 열었다. 현재 회원 25명, 가맹점 6곳(상점 3, 후원기관 3)을 보유하고 있으며 꾸준히 늘고 있다. 앞으로 구름위의도서관 1호점(수원시 권선구 금곡동·호매실동)에 이어 특정 행정구역 단위를 묶어 추가 지점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 첫 대출 회원(왼쪽). 구름위의도서관 가맹점인 ‘케이크타운’ (사진제공: 구름위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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