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

전두환 전 대통령을 붕어빵처럼 빼닮아 '전두환 전문배우’로 통하는 박용식이라는 탤런트 가 있다. 박 씨는 젊은 시절부터 앞머리가 벗겨진데다 체격도 별로여서 주연급 탤런트로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조연역을 잘 해냄으로써 나름대로의 연기영역을 구축해온 연기파 배우였다.

하지만 박 씨는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연기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대통령을 너무 닮은 탓에 전 대통령이 집권한 후 텔레비전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방송사 사장들이 대통령을 빼박은 박 씨를 드라마에 등장시키는 게 ‘불경죄’로 여겨 캐스팅에서 배제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군사독재 시절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

그런데 최근 거의 30여년 전에나 일어났을 법한 이 같은 사단이 방송계에서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KBS는 14일 KBS-2TV 오락프로그램 ‘스타 골든벨’ MC인 개그맨 김제동 씨를 전격 교체키로 했다. KBS는 “김 씨가 이 프로그램을 4년 동안 맡아와 분위기 변화를 위해 교체해야 했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김 씨는 자신의 ‘스타 골든벨’ 도중하차가 시중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비화하자 “나는 어떤 정치적 색깔도 없다. 웃기는 데는 좌도 없고 우도 없다. 새도 좌우 날개로 날아야 한다” “나는 못 배워서 진보가 뭐고 보수가 뭔지 모른다. 다만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완곡하게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앞서 신해철과 윤도현 등도 자신이 맡던 프로그램에서 쫓겨났고 조만간 MBC ‘100분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도 진행을 그만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퇴출된 이유는 단순하다. 윤도현, 김제동 등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노제에 참석하고 약간의 정치적 발언을 잇달아 해왔다는 게 공통적이다. 현 정부가 보기엔 영 마뜩찮은 연예인이었을 것이다. 신해철, 손석희, 그리고 지난해 이미 방송계를 떠난 타고난 토론사회자 정관용 씨 등도 역시 현 정부에 다소 까칠한 방송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줄을 이어 방송에서 모습을 감추자 이들의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네티즌들도 벌떼처럼 일어서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김제동씨의 ‘KBS 스타 골든벨 퇴출 반대청원운동’에는 17일 현재 1만 7000여 명이 서명했다.

심지어는 보수언론과 여당내부에서도 비판이 잇달았다.

조선일보는 14일 ‘개그맨 김제동 씨에게 다시 마이크를 쥐여 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김 씨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서울시청 앞 노제의 사회를 봤고 지난주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석했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김 씨의 교체가 정규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정상적 교체라는 사실에 선뜻 수긍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김 씨의 교체를 ‘정권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을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정치탄압’이라고 하는 야당 주장에 더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도 14일 자신의 홈피에 올린 ‘제동은 내공으로 웃기고, 그들은 어리석음으로 웃긴다’란 글을 통해 “웃음에는 좌우가 없다. 그것을 웃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좌우를 만드는 것 뿐”이라며 김제동을 ‘좌파’로 몰아 축출한 KBS와 일부 보수인사들을 힐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G20 정상회담 유치 귀국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유치가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글로벌시대에 국격을 높이는 것은 GDP가 5만 달러로 치솟고 우리가 G20의 멤버가 된다고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는 GDP가 몇만 달러에 이른다고 중동 산유국을 국격 높은 나라라고 평가하지 않고 G20 멤버라 해서 러시아나 중국을 국격이 우아한 국가라고 보지 않는다. 진정으로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길은 경제력과 문화적 성숙도가 병행 발전토록 다함께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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