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 데뷔 40주년을 맞아 아바 헌정밴드 ‘아바걸스(ABBAGIRLS)’가 한국에 왔다. 지난 28일 부산KBS홀에서 공연을 가진 아바걸스는 30일 오후 8시와 31일 오후 5시에 서울 강동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팬들과 만난다. 아바와 가장 흡사한 보컬이라는 평을 받는 세계 최고의 헌정밴드 아바걸스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이광호 프로듀서를 만나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헌정밴드의 공연을 추진한 이유,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 허리케인 Inc. 이광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허리케인 Inc. 이광호 대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원래 팀명은 ‘Björn, Benny, Agnetha & Anni-Frid(비요른, 베니, 아그네사, 애니프리드)’였다. 1972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4명의 이름을 모두 나열한 팀명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저런 서류에 그 이름을 적다 지친 매니저가 머리글자만 따 ABBA로 적은 것이 팀 이름이 돼 1973년부터 ‘아바(ABBA)’로 활동하게 됐다.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은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팝그룹 아바. 1982년 실질적 해체 수순을 밟을 때까지 10년간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차트 상위에 계속 랭크된 아바는 무려 3억 7천만 장이 넘는 앨범을 팔았다. 그들의 노래를 엮은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는 10년이 넘도록 아직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바 40주년을 맞아 이런 저런 기념행사가 마련된 가운데 아바 헌정밴드 ‘아바걸스(ABBAGIRLS)’가 이달 내한공연을 가져 아바 팬들의 마음을 즐겁게 했다. 공연을 제작한 ‘허리케인 인코퍼레이티드(Hurricane, Inc)’의 이광호(57) 대표는 “한 번도 내한한 적이 없는 아바 대신 아바걸스의 공연이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내에는 헌정밴드(트리뷰트밴드; tribute band)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하다. 대부분은 진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유명 뮤지션의 모습과 음악을 따라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국내에는 활성화가 안됐지만 외국, 특히 영미권에서는 트리뷰트밴드가 보편화돼 있어요. 그리고 실력을 인정받는 유명 밴드들도 많은데, 한국에서는 다들 ‘짝퉁(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말하죠. 명품가방은 가짜를 들면서도 헌정밴드의 공연은 진짜가 아니라고 보기 싫어해요.”

이광호 대표는 그런 점이 아쉽기만 하다. 헌정밴드는 특정 뮤지션의 음악 및 음악 외적 부분까지 완벽히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 티켓판매 사이트에는 공연 장르 중에 ‘트리뷰트밴드’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리버풀에 있는 한 비틀즈 헌정밴드는 1년에 100회가 넘는 공연을 한다. 원 가수보다 더 많은 공연을 하다 보니 실력이 원조를 뛰어넘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광호 대표가 벌써 여러 번 내한공연을 성사시킨 아바걸스도 세계 최고의 헌정밴드로 꼽힌다.

이 대표 자신도 아바의 곡들을 좋아한다. 어떤 곡을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대번 ‘Thank you for the music’을 꼽는다. ‘음악에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바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실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 했다. 비록 음악의 꿈은 못 이뤘지만 프로듀서로서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래서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헌정밴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 허리케인 Inc. 이광호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영미권, 트리뷰트밴드 보편화… 한국에선 ‘짝퉁’이라고 외면”

지난해 12월에는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스릴러 라이브’ 영국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을 이끌었다. 마이클 잭슨 생전에 제작됐던 콘서트형 뮤지컬 ‘스릴러 라이브’는 그를 기리는 기념 연례행사에서 탄생했다. 영국 전역의 팬들이 마이클 잭슨을 기리는 파티와 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이 행사는 점점 규모가 커져 10주년 때는 마이클 잭슨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공연을 발전시킨 ‘스릴러 라이브’는 2007년부터 영국 투어를 시작해 이제 전 세계 25개국에서 300여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뮤지컬로 성장했다. 팬들의 헌정 무대가 최고의 공연으로 성공한 것이다.

올해에는 비틀즈 헌정밴드 미국 리버풀 레전드 내한공연을 추진하려는 계획도 있다. 이 팀은 비틀즈 멤버인 루이스 해리슨의 친누나가 기획한 밴드이다.

이 대표가 헌정 무대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라도 있을까?

그는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문화라는 것이 꼭 공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말하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문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대 간에, 지역 간에, 나라 간에 문화의 수준이 다른 데서 나타나는 격차를 그는 줄이고 싶다. 그런 생각은 강원도 태백 출신인 그가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느꼈던 문화충격을 잊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풍성해졌으면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94년도에 공연프로듀서로 입문해 지금까지 50여 회의 뮤지컬 및 콘서트 공동협력 마케팅 프로듀싱 프로젝트를 수행한 그는 노자(老子)의 도덕경에 나오는 ‘곡즉전(曲則全)’을 좌우명으로 갖고 있다. 이 대표는 “구부릴 줄 아는 사람이 온전하다는 말”이라고 설명하며, 쉽지 않은 공연기획자의 길을 즐겁게 간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 대표는 열정만큼은 누구 부럽지 않다. 지난해 가을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내한공연을 추진했으나 추운 날씨에 공연하기 어려워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폴 매카트니의 소속사 회장은 ‘이 대표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그는 직접 발로 뛰는 실무형 프로듀서로서 앞으로도 열정적인 활동을 보이겠다고 다짐한다.

올해는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딱딱하게 배우는 교육 대신에 전시회에 와서 그림을 감상하며 배움도 갖는 교육적인 전시회를 구상 중이다. 문화를 통해 돈을 벌 궁리를 하는 것이 그는 싫다. 보다 많은 사람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이를 통해 삶이 더 풍성해지고 여유로워졌으면 하는 그의 소망이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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