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모든 종교는 특징적인 표상 또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사랑, 자비. 인·예와 같은 종교의 표상은 세상의 평화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소중한 덕목이자 인간이 추구하는 지고의 목표이기도 하다.

종교의 교리를 사회현상에 맞게 변용 또는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상들은 서로 조화롭게, 또는 대체적 기능을 다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종교지도자들의 솔선수범적 희생과 헌신, 그리고 근검절약과 소탈함의 모습은 세상의 빛이요 소금으로서의 참 형상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는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규율하는 종교가, 현세에서 수범을 보이는 것은 내세를 바라보는 인간에게 종교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신라시대 원효가 심산유곡에서 세상으로 나와 포교하듯이, 이 세상의 소프트웨어를 정화하고 세상질서를 부드럽게 정착되도록 인도하고, 종교 그 자체의 순정(純正)성으로 사회 정의를 위하여 실사구시(實事求是) 하는 모습으로 나아갈 때, 종교는 친근한 이웃이 되고 생활화가 되어 민심이 순화되고 사회는 안정될 것이다. 특히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혼란스럽고, 문화적으로 혼돈스러울 때 종교의 올바른 깃발이 인간에게 위로와 희망을 줄 것이며, 선에 선을 더하여 모두가 복락을 누리는 사회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종교지도자들의 일상에서의 미담은 분명 얼어붙은 백성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국민통합의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사회 안정의 토대가 된다.

김수환추기경은 어두운 시절, 사회 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예수의 백성돌보심을 몸소 실천하였고, 청렴과 근검을 몸소 실천하여 소위 종교재벌(?), 외형적 규모의 경쟁에 몰입하는 일부 종교지도자들을 무언으로 질타하였다. 그 분에 대한 엄청난 추모 열기는 오로지 그 분의 사심 없는 백성 사랑하는 신념의 실천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철스님은 불교계 내부의 공부는 안하고 잿밥(권력, 돈)에만 눈 어두운 일부 종단지도자들을 질타하며,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오로지 참선을 향하는 종교지도자로서의 원칙적 삶을 실천하였다. 또한 서슬 퍼렇던 시절의 권력자에게 정권의 정통성의 흠을 질타하며, 삼천배를 통해 잘못에 대해 사죄하는 의례를 먼저 요구하는 등, 불의나 권력과 일체의 타협을 단호히 거부하며 오직 중생을 위한 수도에 전념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위대함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헐벗은 채 지내는 평소의 모습이 신자의 눈에 딱하게 보여, 두툼한 오리털 외투를 선물했더니, 어느 날 길 가는 거지가 바로 그 외투를 입고 있더라는 한경직 목사의 일화는 사랑의 실천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우뚝 선 종교지도자들의 선각자적 언행은, 밝고 맑고 반듯한 사회를 일구어 가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찌든 때가 덕지덕지한 정치판, 경제계, 공직사회의 귀감이 될 것이다. 문제는 종단이나 교계지도자 선출과정에서 무법천지의 상황을 국민에게 드러낸다든지, 성전이 누구의 사유물인 것처럼 세습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퇴행적인 모습은 국민에게 종교혐오의 중증을 앓게 한다.

종교는 고단한 우리 삶의 안식처이자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약손이다. 착하게 살라는 가르침의 터전이다. 예수도, 석가모니도, 공자도 혼돈의 역사 속에서 헤매는 백성들에게 빛을 밝혀 준 위대한 의인이요 큰 스승이었다. 복잡다양한 이 시대에 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어야 한다. 종교지도자들은 정의의 메신저이자, 백성의 큰 스승이어야 하며, 세속의 지도자들에게 수범을 보이는 반듯함의 표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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