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사필귀정이다. ‘국정혁신’과 ‘관피아 척결’을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전관예우 변호사에게 칼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욱이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는 국민에게 ‘너무도 잘 드는 칼’을 손에 쥔 ‘청빈검사’로 인식되어 왔다. 사회정의에 대한 국민의 목마름과 관피아로 상징되는 공직사회 혁신에 대한 기대가 온전히 안대희 전 후보자에게 집중됐던 것도 이런 배경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관피아보다 더 한 ‘법피아’, 또 그중에서도 ‘대물’이다. 국민에겐 배신이요, 충격이다. 청빈검사가 어느 날 갑자기 법피아 대물로 변신해버렸고, 또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관피아 잡겠다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된 것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 상식마저 의심할 정도이다.

전관예우는 법치를 파괴하는 암덩어리

말이 좋아 전관예우지 실은 법치의 원칙과 상식을 뒤트는 변칙과 탈법에 다름 아니다. 비록 불법이 아니라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전관예우는 척결해야 할 대표적인 법조비리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도장만 찍어도 몇 천만 원, 검사나 판사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해도 많게는 억대의 돈이 오간다면 어떻게 이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하게 표현하면 법치를 무력하게 만드는 암덩어리에 다름 아니다.

그간 우리 공직사회, 특히 법조계에서는 고검장이나 부장판사 출신은 얼마,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출신은 얼마 하는 식으로 전관예우의 비공식 비용이 적잖이 회자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를 문제시 하거나 그 또한 부패와 비리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대부분 관행으로 넘긴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수십 년 법조계에 봉직하다가 검찰총장이나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을 역임하고 나서도 버젓이 대형 로펌에 들어가 전관예우의 열매를 따먹거나 개인사무실을 열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선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법치를 하늘처럼 받들어야 할 법조계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이런 식으로 그들만의 부패 고리를 형성시켜왔다면 이는 사실상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안대희 전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우리 법조계에도 전관예우의 고리를 끊어내는 개혁작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온상이요, 법치의 원칙과 상식을 짓밟는 전관예우의 암덩어리가 우리 사회에 온존하는 한 이 땅에 정의는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대법관을 지낸 것이 국민과 사회에 대한 마지막 봉사가 아니라 오직 돈벌이를 위한 경력쌓기 정도로 인식된다면 법치는 이미 죽은 것에 다름 아니다. 박 대통령의 관피아 척결은 당연히 법조계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 그리하여 전관예우의 암덩어리를 다시는 우리 공직사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안대희 전 후보자가 그 마지막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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