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월드컵축구 한국대표팀과 한국휠체어농구팀이 함께 세계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으면.”

국민의 이목이 브라질월드컵에 쏠리고 있다. 차제에 축구도 선전하고 휠체어농구도 한국인의 매운 맛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좌절과 극복’.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의 대한민국호가 다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월드컵 축구는 물론이고,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도 뜨거운 관심이 쏠렸으면. 신체적 장애를 넘어 강인한 의지로 투혼을 불태우는 우리 선수들의 멋진 모습이 알려졌으면. 나아가 이를 반면교사로 해 삶의 소중함과 인간존엄성을 다시금 깨우치고 용기를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축구가 사상 첫 원정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대표팀에는 부상 선수가 많다. 몸 상태가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있다. 소속팀에서 출전기회가 적었던 선수도 있다. 해외파나 홍명보 키즈에 치중해 선수를 선발했다는 평가도 있다. K리그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황금콤비(포항 스틸러스의 이명주, 김승대)가 무명이거나 축구 엘리트코스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빠져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이 선전해 16강이나 8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예선 전적에 대해서는 21무나 21, 혹은 111패 등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과거와 달리 세계 정상급 기량으로 현재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 특히 손흥민(레버쿠젠)이나 이청용(볼튼) 등은 유럽 팀들을 상대로 골과 어시스트도 많이 기록했다. 또한 2012년에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일군 선수들이 주축이어서 벨기에건 러시아건 알제리건 어떤 팀과 맞붙어도 충분히 대적할 만한 조직력과 자신감이 축적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이 H2위로 16강에 오르면 G조의 독일과 맞붙을 공산이 크다. 홍 감독이 선수시절 멋진 골로 독일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1994년 미국월드컵이 생각난다. 홍 감독은 1990년부터 무려 4차례나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감독 선수 통틀어 월드컵 경험 최다인 홍 감독의 복수전이 흥미롭다.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을 기대해 보자. 8강 진출을 겨냥한 대표팀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휠체어농구 한국대표팀이다. 이탈리아 프로팀 산테 스테파노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동현 선수를 주축으로 한 한국대표팀은 75일부터 개최되는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한국팀은 지난해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아시아-오세아니아 대회에서 놀랍게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세계 최강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근소한 차이로 석패하며 준우승을 일군 바 있어 홈에서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킬 다크호스로 주목된다.

장애인관련 단체의 장은 순수한 희생과 봉사가 요구되는 직책. 후원과 육성을 얻어내기 위해 허리 굽히고 땀 흘리며 직접 뛰어다녀야 하는 힘든 자리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김장실 대회 조직위원장은 비교적 냉정하지 못한 성품 탓에 덤터기(?)를 덮어 쓴 케이스. 2012년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직을 마지못해 수락했다가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를 이끌어나갈 사람이 나서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조직위원장 직을 맡았다고 한다. 예산 부족으로 무산위기에 봉착했던 대회 개최를 위해 그는 입술이 부르트고 속병이 생길 정도로 지인을 찾아다니며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았다. ‘휠체어 농구의 월드컵이라 불릴 만큼 큰 대회이지만 그는 속이 탄다. 하필이면 브라질월드컵 축구 대회와 일정이 겹쳐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적을까봐 염려스럽다.

휠체어농구 경기는 직접 와서 보면 참 역동감 넘치고 재미있습니다.”

휠체어농구 관전 묘미에 푹 빠진 김 조직위원장의 말이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개국 500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과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정작 개최국인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 탓인 것만 같아 그는 못내 아쉽다. 세월호 사고로 인해 침체된 사회 분위기도 변수다. 그러나 오히려 위기가 기회로 될지도 모른다. 즉 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자아를 실현하는 선수들의 힘찬 모습이 온 국민을 뜨겁게 감동시킬 수도 있다. 월드컵축구와 휠체어농구 동반 8강 신화. 결코 헛된 꿈이 아니다. 조직위원회 변효철 집행위원장의 언급이다.

휠체어를 한 손으로 밀며 상대선수와 부딪쳐 넘어졌다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휠체어농구 선수들에게 우리 모두 박수를 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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