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아침 7시 알람시계 소리에 잠은 깼지만 오정명(가명) 씨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져 출근준비가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오정명 씨의 상태는 출근 후에도 계속되어 업무를 할 때도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에 일할 의욕도 잃고, 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족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했지만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직장동료나 선배에게 말을 하자니 자칫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것 같아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한 달이 넘게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어려움을 겪던 오정명 씨는 결국 주위의 만류에도 퇴사를 하고, 휴식기간을 가진 후 이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회사가 자신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오정명 씨는 최근 자신이 겪었던 심리 상태가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퇴사 후 휴식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지만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퇴사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잘 극복할 수 있었다면 전 직장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쉽기만 하다. 또 한편으로는 다시금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겪게 되면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말하는 사춘기는 청소년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왠지 모를 회의감에 직장이나 업무에 불만을 갖게 되는 사춘기 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이 오래 지속되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앞서 본 오정명 씨의 사례처럼 직장생활을 해나가기가 어렵게 될 수도 있으므로 사전에 미리 진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겪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이다. 업무과다로 무리한 야근에 지쳐서 그런 건지, 직장 내 인간관계에 갈등이 생겨서 그런 건지 등등 원인을 찾는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하루쯤 연차를 내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일에 그동안의 생활과 전혀 다른 일들을 해보면 분위기 전환이 되면서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

직장선배나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만큼 현재의 고민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을 현명하게 극복해 내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조언을 구하는 자리가 자신의 신세한탄을 하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그리고 단순히 조언을 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언을 듣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생활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 경주와도 같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틈틈이 자신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다음 단계로 오르기 위한 도약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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