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2004년 초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에서 물러난 뒤 모 일간신문에 쓴 회고담에서 김영기 전 총재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나는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프로농구가 발전의 새 도약을 마련하기 위해선 인적청산과 함께 뼈를 깎는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농구연맹(KBL) 새 총재로 경기인 출신 김영기 씨가 선출됐을 때, 10년 전 일이 떠올랐다. 안양 SBS의 충격적인 몰수게임 패로 인한 프로농구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총재 자리를 내려놓았던 당시 상황과 프로야구, 프로축구는 물론 프로배구보다 인기에서 뒤지며 기타 종목으로 전락한 상황이 내용적으로는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큰 위기라는 측면에서는 흡사하다.

지난 200312SBS와 전주 KCC 경기도중 발생한 심판판정 불복사건은 출범 7년여밖에 안된 프로농구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윤세영 전 총재의 소속팀인 SBS4쿼터 중반 심판판정에 강한 불만을 품고 경기를 포기, 심판진에 의해 프로농구사상 첫 몰수게임이 선언됐다. 이에 심판, 구단, 연맹의 누적된 상호간 불신이 터지면서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김영기 총재 이하 집행부는 총사퇴를 결정했다.

프로농구 출범의 산파역을 맡았던 김영기 총재는 KBL을 떠난 뒤 프로농구가 잘 되기를 누구보다도 걱정했다. 하지만 10년간 프로농구는 총재의 전문성과 리더십 부재, TV중계권 협상, 경기력 저하, 인터넷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다양한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농구의 문외한인 김영수(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육(전 중앙방송 사장), 한선교(새누리당 국회의원, 전 아나운서) 총재 등으로 이어져 오면서 프로농구는 흥행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총재들의 전문성 부족과 무기력한 리더십으로 프로농구의 위상은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조차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방송에서 중계가 되지 않아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수 년 전부터는 라이벌종목인 배구에게 TV 시청률에서 크게 뒤지며 일부 농구인들은 이제 농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조차 기타 종목으로 치부할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안팎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김영기 총재는 꼭 10년 만에 다시 한국프로농구 중흥의 대업을 이룩해야 하는 숙제를 맡게 됐다. 김인규 전 KBS 사장을 제치고 경선에서 승리한 것은 프로농구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그의 능력과 전문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가 해야 할 것은 농구계에 만연한 무력감을 떨쳐내고 신뢰성을 회복해 인기를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농구 출범 때와는 시대상황과 여건이 크게 달라져 예전과 같은 생각과 자세를 갖고 임한다면 결코 현재의 위기 타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올해 중요 국제대회인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올려 농구의 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야 하며, 심판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 기본적인 경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잃어버린 팬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외국인 선수 운영과 경기 방식 등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TV, 인터넷 모바일 등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운영도 대폭 다양화, 전문화 해야 할 것이다.

김영기 총재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에 맞는 프로농구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경기인, 구단 관계자, 마케팅 및 홍보 전문가들과 활발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서 프로농구가 출범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2김영기 총재 시대를 맞으면서 프로농구가 잃어버린 10을 되찾고 팬들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농구로 다시 발돔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