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각) 첫 중동 순방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로 돌아가는 교황 전용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전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중동 순방 중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바티칸 회동 초청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 성지 방문… 종교화합 노력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흘간의 중동 순방을 마쳤다. 교황은 이번 순방에서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신자 모두에게 “정의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중동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현지시각) 이슬람 3대 성지 가운데 하나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단지를 찾아 종교인들에게 정의와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방문에는 예루살렘의 이슬람교 최고 지도자인 무함마드 후세인이 동행했다.

AP통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슬람교 신자들을 만나 ‘친구들’이 아닌 ‘형제들’이라고 불렀다고 전했다.

성전산 방문을 마친 교황은 유대인들의 성지를 찾아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먼저 인근의 ‘통곡의 벽’을 찾아 수 분 동안 기도한 교황은 시오니즘의 창시자이자 유대 국가 건설을 주창한 시어도어 헤르츨의 무덤에 헌화한 뒤 인근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자 묘역과 나치의 대학살로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야드 바쉠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았다.

또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한 장소로 알려진 마가의 다락방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사흘간의 중동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교황이 성소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에 부근 한 성당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했다고 이스라엘 경찰이 발표했다.

목격자는 한 남자가 도미티온 수도원으로 들어가 촛불을 켠 뒤 도망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 불로 기도서 한 권이 불탔으나 큰 사고는 없었다.

유태인 민족주의자들은 최근 바티칸이 이 성소를 자주 찾은 데 대해 반감을 보이고 있다.

▲ 25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동방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총대주교가 예루살렘의 성묘교회 성유석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인 25일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에서 가진 실외 미사 말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에게 평화의 기도를 위한 바티칸 회동에 초청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과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 사무실은 모두 기도에 참석하겠다고 답했다.

오후에는 예루살렘으로 이동해 동방정교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만나 함께 기도했다.

예수가 안장됐던 묘지에 세워진 예루살렘 성묘교회에서 열린 이 기도회에서 교황은 기독교인 간 화합을 도모했다.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지난 1054년 종교적 원칙 문제로 동서로 분열됐었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1년 전 교황의 즉위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날 저녁 두 종교 수장들의 해후는 상징적인 행사로 가득 했다고 AP는 전했다.

이번 순방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첫 방문지인 요르단에서 국왕의 만찬을 거절하고 시리아 난민을 만났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요르단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팔레스타인 지역을 헬기를 타고 날아가 다음 행선지인 베들레헴에 도착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한 것이다.

미사 장소인 구유 광장으로 가는 도중에는 예고 없이 차를 세우고 분리장벽 앞에 서서 중동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봉쇄하기 위해 건설한 8미터 높이의 콘크리트벽이다.

구유 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후에는 가난한 기독교인 가족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탈권위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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