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용의자 정모 씨가 피묻은 반바지 차림으로 달서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대구에서 천인공노할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검거됐다.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무참히 살해하고, 여자친구 권모(20) 씨를 8시간 동안 감금한 치밀하고 계획적인 범행이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지난 20일 유력용의자 장모(24, 대학교 중퇴) 씨를 살인 및 살인미수로 검거했다. 이날 경찰은 “누가 아파트 4층에서 떨어진 것 같다는 신고를 받았다”며 “부상자 신원을 확인한 뒤 집에 가보니 권 씨의 부모(父(56), 母(48))가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장 씨가 전날 19일 오전 9시 18분께 피가 묻은 헝겊으로 오른손을 감싼 채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검거에 나선 경찰은 오후 1시께 경북 경산시내의 자취방에서 장 씨를 잡았다.

이번 범행은 장 씨가 권 씨 부모로부터 ‘딸과 헤어지라’는 말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된 장 씨는 모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범인은 계획적으로 전 여자친구 부모를 살해했다”며 “검거 직후에도 여전히 만취 상태였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한 후 장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 지난 19일 오후 5시 45분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중년부부 살해 용의자 장모(24) 씨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장 씨는 전 여자친구의 부모인 중년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20일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보일러수리공으로 위장… 한 차례 가택 정탐까지

경찰에 따르면, 19일 오후 5시 30분께 장 씨는 보일러수리공으로 위장해 권 씨의 집으로 들어가 5분가량 한차례 둘러보다가 나갔다. 권 씨의 부모는 보일러수리공이라는 말에 의심 없이 문을 열어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후 오후 6시 20분쯤 장 씨는 다시 권 씨 집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이 시각에 장 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화장실과 현관 등에서 권 씨 부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 씨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집안에 있는 술을 마시면서 권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장 씨는 이튿날 20일 0시 30분쯤 귀가한 권 씨를 8시간가량 감금했다.

권 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오전 9시께 4층 아파트 베란다로 탈출을 시도했다가 화단에 떨어져 쓰러진 채로 발견, 병원으로 후송됐다. 권 씨는 오른쪽 골반 등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 전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장모(24) 씨가 20일 오전 9시 22분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를 빠져 나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혔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술 취하면 여친 폭행… ‘헤어져라’는 여친 부모 말에 앙심

권 씨는 경찰조사에서 “장 씨가 ‘복수하러 왔다’고 말했다”며 “장 씨가 범인”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권 씨의 대학교 동아리 선배였으며, 지난 2월 중순부터 4월까지 서로 교제했다. 하지만 장 씨는 술에 취하면 상습적으로 여자친구인 권 씨를 폭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권 씨 부모는 장 씨 부모를 찾아가 “딸과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를 안 장 씨가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거된 장 씨는 20일 오후 3시께 달서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살해 동기에 대해선 “죄송하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구살인사건 소식에 네티즌은 “대구살인사건, 무섭다. 미친 거 아니냐” “대구살인사건, 사람의 성격과 인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대구살인사건, 술에 취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말 정말 무책임하다” “부모가 딸 지켜주려다 봉변당했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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