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위기 최소화
선제적 대응 긍정 평가
新사업 차질은 불가피
 

삼성, 이건희 입원에도
체계적 시스템 갖춰
비상경영체제 가동 無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내 일부 대기업이 ‘오너리스크’를 겪으면서 이들 나름대로의 비상경영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잇단 건강악화와 구속수감으로 이들 대기업은 경영 공백이 불가피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은 나름의 비상경영체제를 갖추고 위기에 무난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벌써 열흘 넘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위독설 또는 사망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도 삼성그룹은 현재까지 경영상 별다른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수뇌부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비상경영체제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위기 극복을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미래전략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계열사들은 사업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도 오너 공백을 헤쳐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월 징역 4년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월 법정 구속된 이후 현재까지 17개월째 수감 중이다.

최 회장의 공백을 대신하게 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따로 또 같이’ 체제다. SK그룹은 지난 2004년 오너 중심 경영에서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구축한 뒤 2013년부터 ‘따로 또 같이 3.0’을 본격 구축해 운영 중이다. ‘3.0’ 체제와 같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이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배경이 됐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그룹 내 원로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지난해 4월 24일 발족해 운영 중이다. 비상경영위는 대규모 투자와 신규 사업계획 수립, 주요 임원인사 등의 주요 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각 계열사 CEO들은 계열사별 주요 현안을 챙기고 있다.

효성도 오너리스크에 봉착한 대표적 그룹 중 하나다. 조석래 회장이 지병인 심장 부정맥 증상이 악화한 데다 올해 초 전립선암까지 발견돼 다음 달까지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다. 조 회장은 현재 회삿돈 횡령ㆍ배임 및 분식회계 혐의로 올 1월 불구속 기소돼 6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효성은 지난달부터 그룹 전체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지난해 7월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매월 2차례 이상 회의를 갖고 있다. 또 그룹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매월 한차례 모이는 CEO 경영회의와 함께 계열사의 전략기획책임자 30여 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구성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공백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오너의 의사결정 시스템이 정지된 상황에서 핵심사업 분야의 신규 투자나 새로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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