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 ⓒ천지일보(뉴스천지)

“분야별 전문위원 선정에 불교 빠져” 불교계 발끈
한연 “입장 정리 중… 조만간 발표할 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 한연)이 종교편향 논란에 휘말렸다. 불교계는 최근 공공기관인 한연이 인문학 분야별 전문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불교를 차별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연은 지난달 30일 한국종교학회에 인문학 각 분야의 책임전문위원(CRB) 및 전문위원(RB)을 위촉하기 위해 추천 의뢰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기독교 10명, 가톨릭 10명, 한국종교 10명으로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명시됐다. 철학분야에서는 불교가 인정됐지만 종교분야에서는 누락됐다.

◆불교계 “불교 무시한 명백한 종교차별”

이에 불교계 학회들은 19일 성명을 내고 “불교학의 학문적·독자성을 자의적으로 폄하하고 불교의 종교적 위상을 무시한 명백한 종교차별 행위”라며 규탄했다.

(사)한국불교학회와 불교학연구회 등 11개 불교계 학회는 이날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학단 책임전문위원(CRB) 및 전문위원(RB) 후보추천 문제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들은 종교학문 분야에서 불교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데 불쾌감이 컸다. 이들은 “가톨릭과 기독교는 종교분야와 철학분야에서 모두 과제를 주는 반면 불교는 철학 분야의 작은 한 분과로만 취급하고 있어 학문적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같은 학문 분류에 따르게 되면 향후 가톨릭과 개신교가 연구비 지원과 평가 등에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불교계 학회들은 현행 학문분류표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과 이들의 종교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한연 “상황 보고 받고 입장 준비 중”

불교계 학회들은 한연의 책임전문위원 및 전문위원 위촉과 관련해 정책집행 과정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를 두고 ‘종교편향적 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했다.

아울러 철학과 종교분야의 학문분류체계에 대한 공정하고 균형 있는 개선을 위한 학문분류표 개정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또 “CRB와 RB 후보 추천 요청 학회의 선정 기준을 명확히 밝혀 학계에 분열과 혼란을 없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들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시 한연의 공직자 종교차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한연 측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불교계의 성명이 발표된 19일까지도 한연 홍보팀은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튿날 한연 홍보팀 관계자는 “공식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일축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전 학문분야를 아우르는 국가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의 효율화 및 선진화를 목적으로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이 하나로 통합돼 지난 2009년 6월 26일 새롭게 출범한 국가대표 연구관리전문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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