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논설위원, 시인)

 
세월호 침몰로 인한 대형 인명사고 전반을 따지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지 거의 한 달 만인 지난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에는 정부의 안전 업무를 총괄 책임지고 있으며, 각종 재난·재해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 참석해 의원들로부터 무차별 질문 공격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초기대응에서 실패하고 가장 기초통계인 탑승객 숫자마저 오락가락했던 정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총책임자로서 강 장관의 처신과 중대본의 무기력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세월호가 정상적인 항해에서 문제가 발생된 시점은 4월 16일 오전 9시 이전의 시각이다. 세월호에서는 오전 8시 55분, 선편이 기울어져 복원성(復原性)을 상실한 상태에서야 제주VTS(해상교통관제센터)에 최초로 위험을 알렸던 것이다. 이보다 앞선 8시 52분경 탑승자인 단원고 학생이 전남소방본부 상황실로 “배가 침몰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이에 상황실에서는 해경에 그 사실을 알리고 9시 26분경 소방방재청에 상황보고를 했다고 한다.

해경 123경비정이 사고 해상에 도착해 최초 인명 구조활동을 펼친 시간이 9시 38분이고, 소방헬기는 10시 10분경 현지에 도착했으나 해경과 교신 등이 곤란해 회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사고 발생 시간과
그 이후의 긴박했던 시간을 상세히 명시하는 것은 ‘국민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안전대책과 인명구조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또 재난 컨트롤타워를 기능하는 안전행정부 장관의 처신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잘 입증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행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으로부터 지킨다는 민방위(民防衛)를 수호하는 장관이다. 재난·재해 등 유사시에는 정위치(正位置)에서 각종 상황을 훤히 꿰뚫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 대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이다. 그런 직책에 있는 안행부 장관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던 당시의 오전 9시 전후로 한 시간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면 우리 정부의 국민안전 시스템과 보호대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강 장관은 세월호가 바다 속에 가라앉던 그 시간에는 사건발생 사실도 모른 채 충남 아산 경찰교육원으로 가는 KTX 안에 있었고, TV뉴스를 본 장관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들었지만 그냥 경찰교육원으로 향했다. 사고 현장에서 일분일초를 다투며 해경의 초기 구조활동이 펼쳐지고, 소방헬기가 현지 상공에서 해경과의 교신이 불가해 회항하던 그 시간엔 제62기 경찰간부후보생 졸업식 치사를 했고, 졸업 기념사진을 찍으며 파이팅까지 외쳤다.

행사를 마치고서야 조치원헬기장으로 가서 12시경 헬기를 타고 목포해경에 들렀다가 팽목항에는 오후 2시경에 도착했던 것이다. 보도된 바에 의하면 장 장관이 팽목항에서 한 조치는 응급한 상황에서 사고현지에 인명을 구조하러 출동하는 민간구조단을 멈춰 세우고 악수로 격려한 것이다. 그 당사자 측은 “장관이 격려차 와서 악수하고, 우린 기다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이 좀 지체됐다”고 했는데 이 문제는 나중에 “사고 당일 해부수 장관이 민간구조단의 출항을 막았다”는 폭로로 이어졌고, 나중에 알고 보니 강 장관이더라는 해프닝으로 번졌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민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안전을 최고로 치는 정부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건만 막상 사고를 당해보니 그동안 말로만 ‘국민안전’을 외쳤고, 정부의 사전·사후조치가 무책임하며 무
기력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재해·재난이나 사고 등에 대비한 정부의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의 수장인 안전행정부 장관의 의식이나 행태가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변명은 국회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강 장관은 안행위 답변에서 세월호 침몰 소식을 보고받고서 “해양경찰청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청장도 상황을 몰랐고, 이후 몇 차례 전화로 보고를 받았지만 추가 정보를 듣지 못해 (경찰간부후보생 졸업식) 행사에 참석했다”고 했다. 이 말에서 해경의 근무 체계가 엉망인 점과 정부의 재난·사고 주무부처인 안행부 재난상황실은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용지물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실수가 컸다, 송구하다, 부끄럽다, 반성하겠다”는 이 말은 강병규 장관이 국회 현안보고에서 쏟아낸 말들이다.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의원들의 호통에도 책임을 전가하느라 전전긍긍하는 강 장관에게 여당 의원마저 “이런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회초리를 들었다. 특히 서청원 의원은 “죄송하다고 말하란 말이야. 잘못했다고 얘기해. 네가 죄인이야”라고 까지 힐난했으니, 한마디로 이번 세월호 참사의 수습과정에서 무소신·무기력·무책임을 보인 안행부 장관이 망신을 당하고 조직 명예까지 먹칠했으니 고시출신인 강 장관이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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