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887회를 맞았다. 올해 마지막 주 수요일은 898회, 내년은 899회로 시작한다. 이날 사회자는 “할머니께 거짓말한 게 있다”며 “500회가 되기 전에 해결될꺼다, 600회가 되기 전에 해결될꺼다고 했는데 벌써 887회를 맞았다”고 했다.

그렇게 함께 웃고 울며 시위에 참석했것만 한 분씩 한 분씩 저 세상으로 갈 때마다 떠나간 할머니의 빈자리를 설움으로 채워온 세월도 벌써 17년 째다.

‘수요시위’는 위안부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볼만한 곳으로 꼽힐 만큼 유명해졌지만 명소로 꼽히지 않더라도 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날 시위에도 어김없이 일본인들이 찾았다. 이들은 전날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들렀다 수요시위에 참석했다고 했다. 시위가 끝나고 소개를 위해 앞에 나온 일본인 단체는 본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할머니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역력해보였다.

마이크를 잡은 일본인은 “진실을 밝히고 할머니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할머니! 건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마무리했다.

퍼포먼스도 있었다. “제국귀신 물러가라 훠이~휘이~, 일본인은 반성하라 훠이~훠이~, 일본양심 살려주자 훠이~훠이~” 흰 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간단한 퍼포먼스였지만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길원옥 할머니도 발언을 했다. 할머니는 “사죄 안 하는 것은 ‘나중에 또 전쟁 일으키겠습니다’라고 경고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위안부도 대한민국의 딸이니까 보호해 달라. 이제 80~90살 먹은 노인들이 이렇게 거리에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기자는 ‘나눔의 집’에 거주하며 매주 수요시위마다 할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일본청년에게 “왜 일본의 우익 성향 인사나 언론들은 위안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보지 못해서 그렇다”고. 피해당사자였던 할머니들의 말을 직접 들어보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제 곧 겨울이다. 올 겨울도 변함없이 할머니들은 목도리를 둘둘 말고 남아있는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 스티로폼에 발을 끼운 채 수요시위에 참석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100년을 눈앞에 둔 오늘까지 위안부 강제징용에 대한 진심어린 사죄도, 어떠한 법적 배상도 해야 할 절박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일본청년의 말처럼 가까운 나라 한국에 와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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