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최소 232명의 목숨을 앗아간 탄광 폭발 참사가 일어난 터키에서는 탄광과 관련된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주 전 야권이 사고 탄광의 안전조사 요구서를 의회에 제출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부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재(人災)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과 독일 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당장 트위터 사용자들은 ‘사고가 아닌 살인(kazadegilcinayet)’이라는 뜻의 터키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단 트윗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대형 참사에 분노한 시위대는 이스탄불의 탄광 소유회사인 ‘소마 홀딩스’ 앞에 모여들어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수도 앙카라에선 800명의 시위대가 탄광 담당 부처인 에너지부 청사까지 행진을 시도했다.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돌을 던진 시위대를 향해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번 사고는 이스탄불 남쪽 250㎞ 지점에 위치한 소마시 한 탄광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3시 20분께(현지시각) 탄광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 불길이 치솟으며 탄광 일부가 붕괴됐다. 터키 당국은 탄광 입구에서 2㎞ 지점에 위치한 전력공급장치 이상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생존한 광부들은 입구에서 4㎞ 떨어진 지하 2㎞ 지점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232명이다. 터키는 이 국영탄광 사고를 비롯해 1990년 이래 지금껏 탄광 폭발사고만 수십 건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소마 지역 탄광 안전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소마 지역이 지역구인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오즈구르 외젤 의원은 “소마에선 3개월마다 탄광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부에 소마 지역에서 발생했던 탄광 사고들에 대한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법안을 냈지만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지난달 29일 이를 부결시켰다.

참사가 발생한 탄광은 지난 2년간 총 4번 점검을 받았다. 터키 노동사회보장부는 지난 3월 점검에서 작업장 안전 상태와 광부들 건강 상태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1992년 터키 흑해 연안 종굴닥 탄광에서 가스 폭발로 26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넘어 터키 최악의 탄광사고가 될 것이란 염려가 나오고 있다. 터키에서는 1941년 이후 광산 사고로 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에도 95명이 사고로 숨졌다.

터키에서 탄광 폭발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석탄 채굴이 주요산업임에도 안전관리에 소홀하고 낡은 시설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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