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숙연한 분위기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우리 밖에 없다고 측근에게 말했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고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선 브라질월드컵에서 멋진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다짐인 것 같다.

지난 8일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한 홍명보 감독의 축구대표팀은 12일 본격적인 강화훈련에 돌입하며 30일 브라질 현지로 출발한다.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결전을 앞둔 홍명보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근심과 걱정으로 초조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리라. 4년 전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의 성적을 올린 허정무 감독보다 대내외적인 여건이 훨씬 어렵다. 이번 국가대표팀이 역대 FIFA 랭킹에서 최하위이며, 평균 선수 연령에서 최연소로 약체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국가적으로는 세월호라는 참사를 당해 전 국민이 무거운 마음이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홍명보 아이들위주로 선발했다는 일부 팬들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홍명보호 멤버 중 12명이 이번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으니 이런 얘기를 들을 만했다. 뜨거운 감자박주영과 소속팀에서 활약이 미미한 윤석영과 박종우 등 3명을 발탁한 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 선발의 잡음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는 홍명보 감독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격려를 해주고 싶다. 많은 것을 아는 여유형보다는 한 가지 큰 것만을 아는 고슴도치형 전략과 지혜로 대표팀을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다. 영국의 정치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유명한 수필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고대 그리스 우화를 토대로 세상 사람들을 고슴도치와 여우형으로 나누었다. 고슴도치와 여우의 싸움에서 여우가 훨씬 교활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기는 건 고슴도치라는 작은 우화를 소개하며 여러 가지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며 세상의 복잡한 면면을 두루 살피는 여우형 인간과 복잡한 세계를 한 데 모아 단 하나의 체계적인 개념이나 기본 원리로 단순화하는 고슴도치형 인간을 비교해 고슴도치형이 큰일을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발견한 프로이드, 자연선택설을 주장한 다윈,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 등이 대표적인 고슴도치형이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에서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 고슴도치형의 모델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대표팀 역사는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큰 변화와 개혁을 이뤄낸 이가 히딩크 감독이다. 한국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 혈연에 상관없이 유능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발탁, 전력을 극대화한 히딩크 감독의 성공신화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모델이 됐던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고슴도치형 사령탑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선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을 마련하고, 선수들을 풀가동하며 열정으로 모든 일에 대처하면서 핵심 역량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팀에서 최상의 전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가장 잘 아는 이는 홍명보 감독이다. 또 마지막 남은 선수 한 명도 아낌없이 전력에 반영해야 경쟁력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다. 청소년 월드컵 8강과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할 때의 열정을 대표팀에서 보여줘야 한다.

브라질월드컵은 홍명보 감독에게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다. 국가대표 선수시절 이후 줄곧 성공적인 길을 걸어왔던 홍명보 감독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부활이라는 무거운 짐이 들려져있다. 그가 고슴도치형 사령탑으로 훨훨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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