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오심도 경기의 일부?”

9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롯데-NC. 8회 말에 또다시 오심논란이 일었다. NC 이종욱 타자가 좌전안타를 치자 이상호 선수가 3루에서 홈으로 쇄도했다. 롯데 외야수가 홈으로 던진 공을 강민호 포수가 잡아 달려드는 이상호 선수 몸에 태그했다. 타이밍상으로는 분명 아웃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양팔을 벌려 세이프를 선언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아웃이었지만 방송 중계팀이 느린 화면으로 다시보기를 한 결과도 오심으로 확인됐다. 8회까지 눈부신 피칭으로 무실점 호투하던 롯데 장원준 선수는 목전에 다가온 소중한 승리를 날려버렸다. 한 해설위원은 심판의 위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홈플레이트 바로 가까이 선 주심이 포수의 태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야구팬들은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올해 프로야구에 부쩍 오심이 많다. 기아-SK, 기아-LG전 등에서도 빤히 보이는 심판의 실수가 연이어 나왔다. 야구장에서는 심판이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심판이 잘못하면 경기 전체가 얼룩진다. 그래서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비디오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먼저 심판자질을 높여 놓든지, 아니면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든지 해놓고 판정에 절대 복종하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은 엄하지만 그래도 법.”

고대 로마의 법률 격언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유명한 말의 기원이 된 격언이지만 논란이 있다. 법은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입법이 잘 돼야 국민이 편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격언을 악용한 사례도 많다. 과거 권의주의적인 정권이 백성을 억압통치할 때 많이 이용했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신 것도 실정법을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이 중국에서도 법치주의가 강조됐다. 한비자나 조조는 엄격한 법치를 기반으로 부국강병에 성공했다. 이로 미뤄 사람이 어떻게 운용하는가도 중요하고 법 혹은 시스템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도 다함께 중요한 것 같다.

, 사람, 시스템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사람이 문제였다. 선장은 항해하는 배 위에서는 역시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다. 고의건, 과실이건 선장의 실수는 치명적인 위험을 부른다. 배가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선장이 지혜롭게 행동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재난전문가도 초동 지휘를 신속하고도 효과적으로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또한 시스템도 중요하다. 배가 전복될 때 비상벨이 울리거나 비상탈출 권유방송이 자동으로 나오게 갖춰져 있었다면 어땠을까. ‘5분대기조가 공항이나 공군부대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세월호에 갇힌 학생들의 전화신고를 받은 119 소방관서에서 전국의 모든 헬기를 현장에 신속히 급파했다면 어땠을까. 즉시 해난구조대를 실은 구조함을 보낼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면 어땠을까. ‘관피아로 표현되는 유착관계가 없었다면, 세월호가 영업을 하지 못하게 법이 강제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이번 참사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부실이 부끄러운 알몸을 다 내놓은 계기가 됐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개조한다는 각오로 쇄신에 나선다고 한다. 그 진정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을 것 같아 우려스럽기도 하다. ‘대한민국호의 곪은 환부를 깨끗이 도려낼 수 있을까. 기득권자들이 손에 쥔 을 쉽게 내려놓을까. 철밥통 공무원 숫자만 늘어나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의 목소리도 많음을 알아줬으면 한다. 시스템도 갖춰져야 하지만 사람을 잘 써야 한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고시출신 관료나 외국박사들을 중용했다. 이는 엘리트관료 혹은 군인이 대중을 이끌어가야 할 시대적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기업과 테크노크라트가 개발한 첨단기술이 국가를 선도하고 있다. 국민 교육수준이 높고 정보가 함께 공유되는 대중민주정치시대이다. 위로부터의 권위주의적 리더십보다도 아래로부터의 의사소통이 더 중요하다. 진정 봉사하고 섬길 줄 아는 보통 사람들, 상식인(常識人)들이 내각이며 공직사회 각 분야에 포진돼야 한다. 스펙이나 머리 못지않게 순수한 열정과 따뜻한 가슴, 희생정신을 주된 선발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한민국호는 힘차게 일어서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 깨어 있어야 한다. 꽃다운 친구들을 구하지 못한 채 살아남은 어린 학생들은 앞이 캄캄하다. 평생 심리적 고통이 따라다닐 것이다. 걱정스럽다. 어린 학생들이여, 절망을 떨치고 일어나라. 한창 꿈과 포부를 키워가야 할 살아남은 너희들을 위해 필자의 졸시 한 편을 전한다.

고개 숙이지 마라/ 젊음은 고개를 숙여도 당당하다// 한숨 뱉지 마라/ 청춘은 한숨을 쉬어도 힘차다// 길 잃지 마라도전은 길을 잃어도 열려 있다// 남루한 옷을 입지 마라희망은 남루한 옷을 걸쳐도 빛이 나느니// 삶이 손 안에 있고, 세상이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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