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건물은 지난해 종교시설 중 역대 최고 감정가로 526억 원을 책정받은 충성교회이다. (사진제공: 대법원, 자료제공: 부동산태인)

일반 경매 물건보다 증가율 4배 이상 높아… 낙찰률은 절반 수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무리하게 건축을 추진하다가 빚더미에 앉아 결국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몰린 종교시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경매시장에 나온 종교시설의 물건 수는 전년보다 무려 26%가 증가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물건을 제외한 신규 등록된 경매 물건 수는 20%가 늘었다.

◆1년 동안 93개 신규 물건… 낮은 낙찰률

본지가 12일 법원경매정보 전문업체 ‘부동산태인’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법원경매에 나온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의 총 물건 수는 총 391개로 2012년 309개보다 26.5%가 늘었다.

그동안 경매에 부쳐지는 종교시설 총 물건 수는 2008년 181개, 2009년 227개에 이어 2010년 299개로 늘어나는 등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251개로 다소 감소하는 듯 했지만 2012년 300개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신규 물건이 93개나 추가되며 대폭 늘어나 400개에 가까웠다.

5년새 210개가 늘어나며 성장률은 216%로 치솟았다. 일반 경매 물건의 경우 2012년 26만 6572건에서 2013년 28만 2275건으로 약 5.9% 증가했을 뿐이다.

종교시설 경매물건이 꾸준하게 나오는 데 반해 낙찰률은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0년까지 19~20%선을 보이던 낙찰률은 2011년 15.54%에서 이듬해 15.53%로 소폭 하락했다가 2013년에는 15.09%에 그쳤다. 일반 물건의 경우 낙찰률은 28%정도로 종교시설은 절반 수준의 낙찰률을 보이고 있다.

◆빚더미 교회… 돈 빌려준 교인, 시위

이 같은 상황에서 개신교계 내에서는 빚더미에 앉아 부작용을 일으키는 교회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 수지새소망교회(담임 김요한 목사)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 교회는 80억 원에 이르는 건축비를 감당하지 못해 교인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2010년 8월 완공했지만 고액의 대출이자를 갚지 못했다. 교인들에게 빌린 돈도 갚지 못했다. 결국 올해 초 경매로 넘어갔다. 감정가는 40억 원 정도였다. 지난 3월 김요한 목사는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고, 파산은 겨우 면했다. 교인들은 지난해 6월부터 건축 과정 공개와 대출금 상환 등을 요구하며 교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며 마찰 중이다.

서울시 화곡동 은성교회(담임 정봉규 목사)도 교회 재정 20억 원을 가지고 600억 규모의 예배당을 건축하다 빚더미에 올라 파산했다. 이 교회도 출석 교인들에게 돈을 빌렸고, 결국 되돌려 주지 못해 교인들의 생활에 심한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종교시설 중 역대 최고 감정가인 526억 원에 이르는 교회가 법원 경매장에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충성교회(담임 윤여풍 목사) 판교성전은 등기부등본에 설정된 채권 총액만도 557억 3천만 원에 달했다. 두 번에 걸쳐 경매를 진행했지만 유찰됐으며 현재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건물 버리고 교인 택한 미국 한인교회

반면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목회자가 자신의 과오를 회개하고 교인들과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간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미국 LA 삼성장로교회(담임 신원규 목사)는 지나친 건물 확장으로 부채가 쌓여가 교인이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교회 건물을 포기했다. 6년 동안 매달 갚아나간 융자금은 17만 달러(한화 약 1억 7414만 원)였다. 교회 빚이 어마어마해 교인들은 부담을 느끼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1500여 명이 출석하던 교회는 350여 명으로 줄었다.

신원규 목사는 개척교회 시절로 돌아가자는 교인들의 직언을 받아들이고 교회 건물을 포기하고 정관을 개정했다. 정관에는 ‘향후 건물 매입이나 확장을 하지 않고, 매월 렌트비를 5000달러 이상 쓰지 않으며 교인 200명이 추가될 때마다 교회를 독립시켜 재정적 후원을 맡는다’고 명시했다. 당시 신 목사의 결정은 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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