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영웅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친구·제자·승객 구하려고 살신성인한 희생자
인천·안산·청주·시흥시서 의사자 추진 ‘활발’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자신의 몸을 던져 친구와 제자, 승객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한 진정한 영웅들을 의사자로 지정하려는 발길이 분주하다.

사고 당시 3층 로비에서 자고 있던 동료 3명을 깨우고 다시 배로 들어가 연인 정현선(28, 여) 씨와 함께 승객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김기웅(28, 남) 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이 추진되고 있다. 세월호 승무원과 아르바이트생으로 만난 이 연인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인천시는 유족들에게 필요한 서류를 받아 지난달 27일 예비부부 김기웅·정현선 씨의 의사자 인정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냈다. 하지만 이들의 행적을 증명해줄 구조행위 확인서를 아직 제출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정 씨와 김 씨의 행적을 증언할 목격자 진술이 없으면 의사자 지정이 어렵다.

정 씨 연인의 행적은 구조된 40대 남성이 지난달 19일 정 씨의 빈소를 찾아 “정 씨와 김 씨가 승객을 구하기 위해 침몰 중인 배에 다시 들어갔다”고 증언해 세상에 알려졌다. 인천시는 최초 진술한 남성을 수소문 중이며 목격자가 파악되는 대로 복지부에 추가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빨리 빠져나가!” “방에 물이 차오르자 선생님이 우릴 대피시켰어요. 정신없이 빠져나오고 나서 돌아보니 선생님이 보이지 않았어요.”

제자들을 대피시키다 목숨을 잃은 안산 단원고 교사 남윤철(35, 남) 씨에 대한 제자들의 마지막 기억이다. 선체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힘든 상황에서도 선실로 들어가 제자들을 진정시키며 비상구 쪽으로 인도했지만 남 씨는 끝내 차가운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남 씨의 아버지는 장례미사에서 “지식만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스승으로 남으라고 했는데 그들을 살리다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해 많은 국민을 울렸다. 올해로 교사 생활 7년째인 남 씨는 평소 제자들과 노래방을 갈 정도로 친구 같던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진정한 스승인 남 씨에 대해 의사자 지정을 추진 중이다. 남 씨의 주소지인 서울 서초구에는 연고자가 없어 그의 고향이자 가족이 거주하는 청주시에서 대신 신청하기로 했다. 앞서 남 씨의 모교인 청주 신흥고 총동문회는 그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를 교내에 세우기로 했다.

“내 구명조끼 네가 입어!”
구조 행렬에 있었음에도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준 뒤 다시 물속으로 뛰어든 단원고 2학년 정차웅(18) 군. 검도 3단 유단자로 미래의 체육 학도를 꿈꿨던 그는 생일을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끝내 숨진 채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정 군은 부모의 속을 한 번도 썩인 적 없던 모범생이었다.

안산시는 정 군과 최초 신고자 최덕하(18) 군, 학생들을 구조하기 위해 힘쓴 교사 최혜정(25, 여) 씨에 대한 의사자 신청을 위해 서류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추천이 들어오는 희생자들에 대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너희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선원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과 학생들을 탈출시키고 목숨을 잃은 승무원 박지영(22, 여) 씨도 의사자로 추진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는 승객을 위해 희생한 박 씨를 ‘세월호의 진짜 선장’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시흥시는 박 씨에 대한 의사자 인정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상태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 심의는 이달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다.

◆의사자(義死者)

직무 외의 행위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의 급박한 위해를 구제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국가는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의사자의 유족에 대해 필요한 보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의사자로 선정된 고인의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장이 가능하다. 유족에게는 의사자 증서와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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