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5월이 왔다. 그 가운데서도 흐르는 세월을 따라 살다보니 잊고 살 수밖에 없었던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잠시나마 곱씹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달이 싱그러움과 함께 찾아왔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가정의 소중함이 퇴색돼 가고 스승의 위엄이 무너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생각해 보며, 한편으로는 우리의 꿈이자 미래인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저 푸른 신록과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차라리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세월호 참극, 참극이 있은 날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으나 아직 우리의 금쪽같은 아들딸은 칠흑 같은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무리한 수색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무리한 수색은 50대 베테랑 민간 잠수사마저 숨지게 하는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예견된 사고를 받아들여야 했고, 악순환의 고리는 역시 끊지 못했다.

결국 4월에 시작된 사고는 5월로 이어지면서 그렇게 온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아리게 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난 6일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는 박 대통령의 사과는 국민 모두의 마음에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와 닿았을 것이다. 부처님의 뜻인 생명정도를 강조함으로써 유가족은 물론 함께 아파하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고, 이제야 비로소 국민의 마음과 하나 됐다는 증표로도 봐지기 때문이다. 진정어린 지도자의 사과 한마디를 국민들은 듣고 싶었으며, 그 한마디에 서로를 용서할 수 있는 힘이 나고 용기가 난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2014년의 봄 5월은 계절이 주는 의미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이렇게 아파하고 미워하며 책임만 물으며 속절없이 보내야 하는가.

이젠 누가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고 책임을 돌리기 이전에 책임질 부분은 책임을 지고,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국민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용서하며 이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꿰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제 짚어 볼 것은 사고의 원인을 눈에 보이는 현상과 같은 표면적인 데서 찾기보다 보다 근본에서 찾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봉축법요식에서 생명정도라는 부처님의 뜻을 인용했듯이, 불교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생명이며, 생명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다는 데 주목해 봐야 한다.

유불선을 포함한 모든 종교는 경서가 있다. 경서가 없으면 종교가 아니라고까지 한다. , 종교의 주인은 그 경서를 통해 신의 뜻을 주셨다. 신의 뜻대로 하는 것이 종교라 할 것 같으면, 신의 뜻대로 하기 위해선 반드시 경서를 알아야 한다. 오늘날 많은 신앙인들이 신앙 내지 종교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얼마나 경서의 뜻 안에서 신앙을 해 왔을까를 진단해 봐야 한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인간은 미물만도 못한 처지가 됐다. 천재지변에 한갓 미물도 지혜와 영감으로 재앙을 피하지만, 인간은 속절없이 재앙과 함께 죽어가고 있으니 영성이 사라진 이유다. 종교라는 경건의 모양만 있을 뿐이지 신의 뜻이 담긴 경서를 외면한 신앙의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물욕에 눈이 어두워 마땅히 지켜야 할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 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결국은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세월호 사건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먹이사슬처럼 얽혀있으며, 이는 이 나라의 관행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와 나라를 계도해야 할 종교가 부패하고 타락했으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 세월호 사건에도 영성이 떠난 종교가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온 국민이 세월호 슬픔에 노란리본으로 동참할 때, 일부 기독교인들은 노란리본 달기 운동에 동참하지 말 것을 SNS를 통해 급속히 알리고 있었다. 이유인즉, 노란리본은 주술적 의미와 우상숭배의 의미를 가졌으며, 나아가 사탄에 미혹되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서에 입각한 신앙이 아닌 맹목적이며 외식하는 신앙이 가져온 산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과 같이, 경서의 말씀 즉, 도를 떠난 곁길 신앙이 가져 온 결과다. 노란리본은 전쟁에 나간 군인이나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나무에 매달았던 데서 유래된 것이며,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과 애도를 상징하는 리본이 결합돼 만들어 낸 의미임을 알았으면 한다.

이 시대의 부정과 비리 나아가 세월호 사건과 같은 비극의 근본에는 바로 종교가 있으며, ‘종교가 살아야 사회와 나라가 산다는 말이 새삼 와 닿는다.

종교의 회복은 경서의 뜻 안으로 돌아올 때 가능하며, 모든 종교는 아픔 고통 죽음이 없는 영원한 세계를 약속하고 있다. 그 약속은 이상향과 같은 낙원이며 무릉도원이며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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