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우는 최근 돈의 마음 깊은 곳에서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NBA LA 클리퍼스 구단주 돈 스털링의 인종차별 발언은 미국 사회 저변에 배어있는 인종 차별 문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예전문 매체 TMZ가 전격 공개한 음성파일에서 젊은 애인과 나눈 대화 중 인종차별성 발언 때문에 영구제명의 철퇴를 맞은 스털링 구단주 문제는 비록 개인의 문제이지만 미국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다인종,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은 여러 곳곳에서 심각한 인종갈등이 잠복해 여차하면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유태인으로, LA지역에서 부동산 거부로 알려진 80세의 스털링은 이번에 인종차별 발언 이외에 딸과 같은 여성파트너와의 염문, 각종 유색인을 위한 기부 등으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종차별 발언이 불거진 것은 흑인과 멕시코계 혼혈인 여성파트너가 전설적인 농구스타 매직 존슨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놓은 것에서 비롯됐다. 이 사진을 보고 기분이 상한 스털링은 흑인들을 클리퍼스 경기에 데려오지 말라고 말해 결과적으로 화를 자초하게 됐다. 스털링은 사실 흑인에 관한 심한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만 해도 미국유색인지위향상협회(NACCP) LA지부로부터 공로상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전에도 NACCP로부터 상을 두 번이나 받은 바 있던 스털링으로서는 단 한 번의 실수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미국 프로스포츠는 아직도 도처에 인종차별적인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한때 추신수의 소속팀이었던 MLB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NFL 워싱턴 레드시킨스 등의 팀이름은 미국 토착민 인디언을 비하하는 이미지를 준다며 미 의회에 구단이름 변경신청안이 올라있는 상태이다. 신문과 방송 등 미국 언론 매체서도 흑인 등 소수 인종이 프로농구, 미식축구 등서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종종 거부감을 주는 보도를 하기도 해 물의를 빚는 경우가 있다.

한 구단주의 인종차별 발언을 둘러싼 미국 프로농구의 신속하고도 과감한 영구제명의 징계결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스포츠가 안고 있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떠올려보았다. 미국과 같은 다인종, 다민족 국가가 아닌 우리나라는 아직 인종적 문제는 표면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받아들이고 국내 인구 비중서도 다문화 인구 비율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인종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외부 문화에 다소 배타적인 민족적 성향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가 특정한 계기를 통해 불거지면 심각한 문제로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평상시 다양한 배려와 관심을 갖고 상호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간의 거부감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종 문제와 함께 장애인 선수에 대한 인식과 처우도 새롭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국내에서 장애인 스포츠는 엘리트 스포츠에 비해 소홀히 취급됐었던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때, 잠깐 관심을 보이다가 이내 잊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메달을 따는 것 못지않게 평상시 따뜻한 애정과 관심을 정부와 체육 관계자는 물론 국민들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스포츠가 갖고 있는 국가적, 사회적 통합력은 다른 어느 영역보다도 뛰어나다. 미국 스포츠가 80세의 한 농구 구단주의 노망 발언을 신속하게 대응, 영구제명의 결정을 내린 것도 그의 인종차별적인 자세가 대중들의 인식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점차 국제 경쟁력을 높여가며 다양한 문화적 격차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가는 우리나라 스포츠도 이제는 외국인, 장애인, 청소년 등 소수자의 인권 등에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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