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6일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봉축 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법요식에서 자승스님이 봉축사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세월호 참사’ 애도… 박 대통령 등 1만명 참석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월호 참사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책임이며,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은 우리 모두의 공업(共業)입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뼈아픈 통찰과 참회가 있어야 합니다.”

불기 2558(201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6일 전국 사찰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은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위로하며 엄숙한 분위기에서 봉행됐다.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 오전 10시 열린 법요식에는 종정 진제스님과 총무원장 자승스님 등 종단 대표자를 비롯해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법요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천도교 박남수 교령 등 정치·종교 인사들과 주한 외교사절, 청년유니온노조 위원장, 홈리스 활동가, 새터민 가족 등도 참석했다.

조계종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신 참석해 축사를 읽었다.

법요식은 도량결계 의식과 육법공양,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명고, 명종의식, 관불 및 마정수기, 헌촉·헌향·헌다·헌화, 축원, 불자대상 시상, 총무원장 봉축사, 대통령 축하메시지, 종정 스님 법어, 봉축 발원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 봉축 법어를 설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봉축위원장 자승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봉축사에서 “이웃의 아픔은 곧 내 아픔이고, 내가 평화롭기 위해서는 이웃을 평화롭게 해야 함을 깨달았다”며 “내 얼굴인 이웃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아픔을 이겨내도록 이웃의 손을 함께 잡아 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대한민국은 깊은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다. 세월호 사고는 어른들의 책임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참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스님은 “아이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 지혜와 힘을 모아 안전한 사회, 상식과 양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그 맨 앞에 각계 지도자들의 헌신과 봉사가 우선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축하메시지를 밝힌 박근혜 대통령은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신 후 첫 번째 계율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며 “그 가르침이 지금 우리 사회에 경종을 주고 제일 큰 가치로 지켜내라는 경각심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들께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정책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전하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은 법어에서 “오늘은 부처님이 오신 기쁜 날이며, 중생에게 영원한 자유과 행복의 길을 밝혀주기 위해 나신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도 앞바다에서 우리의 가족이요, 나의 한 몸과 같은 많은 어린 생명들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 곁을 떠나갔다”며 “다 같이 극락왕생 발원의 등과 슬픔을 함께하는 애도의 등을 밝혀 영원한 행복과 평화를 기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종은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법요식 전 안내방송으로 “오늘 봉축법요식은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자리인 만큼 박수와 환호는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불자들은 발원문을 통해 “나와 더불어 존재하는 만물 만생명의 은혜를 생각하며 살면서 속도와 경쟁의 숨 가쁜 삶 속에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자”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을 밝혀 서로가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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