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노란 리본 이미지. 맨 왼쪽 위가 대학동아리 ALT가 만든 디자인이다.

“노란 나비, 저승 가는 영혼” ‘주술적 의미’ 주장 SNS 확산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상식 이하 억지 주장” 비판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관련, 노란 리본에 주술적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SNS 글이 일부 개신교 목사와 신도를 중심으로 퍼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다른 개신교 목회자들이 “말도 되지 않는다”며 반박에 나섰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된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은 지난달 18일 대학동아리 ALT가 처음 시작했다. 노란색 바탕에 그려진 리본 모양 밑에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란 문구가 적힌 이 이미지는 카카오톡,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급속히 퍼져 많은 이들이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교체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다른 모양의 리본 디자인이 계속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여러 모양의 노란 리본을 달아 세월호 실종자들의 귀환을 염원했다.

문제는 이 노란 리본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 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란 리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거나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경우는 여러 번 있었다. 노란색이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선도 있었고, 대학동아리 ALT가 디자인한 이미지를 자신의 프로필로 사용하면 저작권료 500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루머도 돌았다.

ALT 측은 지난달 22일 공식 블로그에 “저희 쪽에서 올린 사진으로 카카오톡 프로필을 사용하면 500만 원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이 포스터는 모든 분들이 동참해주길 바라며 만들었다. 저작권은 저희에게 있고, 저작권료는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내용은 잠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계속해서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는 내용이 있다. ‘노란 리본’에 종교적 의미가 있다는 주장으로, 일부 개신교 목회자와 신도들을 중심으로 퍼진 이 내용은 카카오톡 등으로 계속 전송되면서 이에 동조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갈려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왜 ‘노란 리본’인가… 의미 두고 논쟁

노란 리본 캠페인이 한창 벌어지자 SNS를 중심으로 ‘노란 리본의 착각을 알립니다’라는 글이 돌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등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글은 노란 리본에 종교적 의미, 즉 주술적 의미가 있기에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노란 리본은 나비”이며 “무속에 노란 나비는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라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노근리 평화공원에 가보면 알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무수한 나비를 형상화했고 영상으로 나비가 날아오르는 것을 상영하고 있다. 그래서 나비 리본은 주술이다”고 말하고 있다. 즉, 노란 나비를 표현하는 노란 리본을 다는 것은 “종교 혼합주의에 빠져 귀신을 부르는 것”이므로 “이러한 행위는 잘못된 것임을 알려드린다”는 게 글의 요지이다.

이 글의 출처는 한 개신교 목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 크리스천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글은 이제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져 종교를 불문하고 이에 공감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갈려 논쟁이 이뤄지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신교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는 이 글이 점차 확산되자 개신교 목회자들 중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목사나 신학교 교수 등이 반대의 글을 올려온 가운데 지난달 26일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가 ‘노란 리본의 무속설에 대하여’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사람들의 상식 이하 억지 주장”이라고 성토했다.

최 목사는 “노란색과 나비가 무속종교라고 말하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정도”라며 “복음적인 내용과는 너무 거리가 먼 정신병리학적인 종교적 신념이거나 극우적인 이념에서 나온 아주 저질적이고도 악의가 담긴 분명한 거짓”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나비는 기독교에서도 부활의 상징으로 그동안 쓰여 왔다”면서 “땅을 기어 다니는 벌레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나비로 변화되다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리고 나비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하나님의 피조물인가?”라며 노란 나비에 주술적 의미가 있다는 말을 반박했다.

최 목사는 “노란색은 일반적으로 상식적으로 알다시피 ‘노란 손수건’이라는 실화에서 바탕한 상징색일 뿐”이라며 “국민들의 자발적인 추모와 구조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무슨 악마의 술수이고 사탄의 노름에 놀아난다고 떠드는 건지 전체 기독교를 매우 수치스럽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목사는 “제발 우리 스스로를 하나님 앞에서 역사 앞에서 더욱 더 고립시키고 부끄럽게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부터 그만하면 좋을 듯하다”면서 “노란 리본을 달지 말라는 주문과 요청으로 순진한 크리스천들이 이 일에 휩쓸리는 안타까운 모습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드리는 말씀”이라고 전했다.

노란 리본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4세기 유럽에서 만들어진 ‘그녀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She wore a yellow ribbon)’란 노래나, 미국에서 한 제소자가 아내에게 자신을 용서한다면 집 앞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놓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내가 동네의 모든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주렁주렁 달아 놓았다는 이 이야기는 1973년 ‘오래된 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주세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란 노래가 크게 히트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노란 리본은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인질 사건이 발생했을 때 미국 전역에서 노란 리본 달기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그 후 전쟁터로 떠난 군인들과 사랑하는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상징으로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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