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마피아(The mafia)는 국제적으로 소탕되지 않는 거대한 범죄조직이다. 이 범죄조직은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출발했다. 마피아는 범죄조직의 어두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시칠리아 말로 ‘아름다움’이나 ‘자랑스러움’을 뜻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섬 주민의 입장에서 조직된 반정부비밀결사체였다. 그것이 점차 세력이 커져 불법 지하경제를 움켜쥐고 정치와 정부 기관들을 은밀하게 쥐락펴락했다. 그 유명한 알 카포네가 상징하는 미국 마피아도 시칠리아의 마피아가 건너가 형성된 범죄조직이다.

로마대학교 법학부에 마련된 마피아 강좌는 수강생으로 초만원이다. 합법의 영역에는 불법의 세계가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그렇듯이 마피아 조직은 정부라는 공식적인 실체에 붙어 다니거나 기생하는 그림자와 같다. 음지에서 공식 정부의 그것과 비슷한 권력 시스템으로 조직이 돌아간다. 더구나 범죄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양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의 분야와 소통하며 영향력을 미친다. ‘마피아를 알아야 이탈리아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턱없는 과장이 아니다. 마피아 강좌에서는 마피아의 유래와 역사, 조직, 조직의 운용과 생리 및 그 준동, 세력과 확장 방법 등을 강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 말할 것 없이 마피아의 일꾼을 기르려는 것이 강좌 개설의 목적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골칫거리인 음습한 세계를 조명하고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그 골칫거리를 해소해보자는 것이 그 목적이다.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사회적 공적(公敵)이 된 지 오래다. 적을 알아야 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고 적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피아 강좌가 개설된 것은 부패를 막기 위해 부패를 연구하는 학문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에서이다.

어떤 조직이든지 돈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으며 세력을 확장할 수 없다. 범죄조직인 마피아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순수한 체면이나 자존심 때문이 싸우는 일은 별로 없다. 그들이 피 흘리며 싸우는 이유는 바로 그 돈, 즉 이권 때문에 그들 라이벌 유사 조직 간에 처절하게 싸운다. 그들과 이권 면에서 상관이 없는 선량한 민생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싸움 대상이 아니다.

미국에서 마피아가 급속히 세력을 뻗치기 시작한 것도 1920년대 금주법(禁酒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때 그들은 밀주(密酒)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그들은 더 많은 이권 확보를 노린 세력 확장에 아낌없이 투자할 수가 있었다. 알 카포네는 말하기를 “우리는 시민이 원하는 것을 공급했을 뿐이며 우리가 범죄자라면 밀주를 사 마신 시민 모두가 범죄자다”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세금 탈루를 막으면서 조세 수입을 늘리기 위해 밀주의 제조와 유통을 금지시켰다. 그렇지만 금주법이 이처럼 현실을 완벽히 수용하기에는 현실과의 커다란 편차를 드러내는 법이었기 때문에 알 카포네가 그의 세력 확장을 위해 물 쓰듯 할 큰돈 벌이나 하게 해준 법이 되고 말았다.

법률과 공권력의 규제와 단속은 만능이 아니다. 그것이 현실과 마찰을 빚을 때는 알 카포네의 밀주와 같은 세금을 떼어 먹는 지하경제 범죄조직의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마약 매춘 도박 사채 등도 마찬가지다. 마피아는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그 같은 지하경제 분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그 수익으로 조직을 거대하게 키웠다. 마피아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일본의 야쿠자, 러시아 마피아, 중국의 삼합도 그러하다. 그들은 또한 지하경제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양지에서 부동산 건설 유흥 유통을 비롯해 합법적인 영역의 사업도 버젓이 영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마피아와 같은 거대 범죄조직은 합법적인 실체로 둔갑했으며 복합기업 형태인 ‘범죄 콩글로머리트(Conglomerate)’가 되었다. 범죄조직은 보스를 중심으로 결속력이 견고하며 실익이 주어질 때는 구성원 사이, 특히 상하 간에 의리에 강하고 조직의 보호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마피아와 같은 범죄조직은 아니지만 마치 한 패밀리(Family)와 같은 끈끈한 공생(共生) 관계의 행태를 보이는, 관(官)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官)피아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수천 개에 달하는 정부 부처의 산하 기관과 협회, 조합 등에 그만 둔 관련 기관의 공무원 출신들이 대거 고위직을 차지하고 앉아 철밥통의 기득권을 이어간다. 물론 전문성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은 수긍할 수 있으나 전관(前官)의 프리미엄에 의한 관청과의 유착과 그 유착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빚어지는 업무에서의 적당주의, 정실주의, 도덕적 해이는 피하기 어렵다. 특히 관피아의 생태계는 낙하산으로 온 전관이나 그들을 맞는 기존 종사자들이나 같은 전문성으로 인해 이미 한 연못에 고여 있던 그 물이 그 물이었으므로 그 연못물이 쉬이 썩게 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의미에서는 차라리 도덕적 해이에 쉽게 빠져드는 관피아의 낙하산보다는 사리 판단력이나 관리 역량, 학습능력, 성실성 등을 갖춘 경우라면 정치권의 낙하산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전문가 집단이 가지기 쉬운 폐쇄성과 편협성, 배타성, 안주(安住) 성향의 지속을 막아줄 신선한 산소이고 효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전문성이 강한 분야에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전문성이 밑천이 되어 형성되는 그들의 기득권을 ‘비전문 낙하산’이 심하게 흔들어 놓을까봐 두려워서라는 점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에게 마피아 조직과 같다는 인식을 심어준 관피아는 그렇지 않아도 견고한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더욱 더 두텁고 탄탄하게 해주어 위화감의 심화를 가져온다. 그렇다고 관직에 있다가 유관 기관에 가는 전관들을 획일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범죄조직 마피아의 인상을 심어주는 부정적인 의미의 관피아의 형성만은 막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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