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말 그대로 국민적인 애도 기간이다. 어딜 가도 안타까운 표정과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그 내면을 보면 어른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정부에 대한 강한 분노가 도사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툭 내뱉는 말로 “나라가 어떻게 이 모양이냐”는 얘기가 주저 없이 전해진다. 특히 아이들의 안전에 더 민감한 어머니들의 분노와 불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는 눈물과 탄식, 분노와 불신의 끝이 어디일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침몰한 세월호를 넘어 ‘박근혜호’도 심히 위태로운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현 상황 엄중히 봐야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 초 이런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는 말도 했다. 내용만 놓고 본다면 박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을 정말 엄중하게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관피아’니 ‘국가개조’니 하는 표현까지 나왔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좋다.

그러나 두 가지만 따져보다. 먼저 임기 초에는 왜 관료사회의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했으며,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는 데 실패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박 대통령이 그런 적폐들에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그런 ‘비정상적인 것’들을 감쌌기 때문이다. 관료중심의 국정운영 체제를 강화한 것은 박 대통령이었다. 깜도 안 되는 해수부 장관을 발탁해서 웃음거리로 만든 것도 박 대통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스럽다’고 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1년 전 수많은 전문가들의 비판과 고언을 스스로 무시하지 않았던가.

둘째, 과연 앞으로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 점에서도 여전히 크게 신뢰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말로는 근본적 혁신을 다짐하면서 국가개조론까지 언급했다. 그리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이런 내용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정말 국가개조에 버금갈 정도의 대혁신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시지탄이다.

그럼에도 이런 구상에 회의를 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진정성 문제가 아니라 인식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 내내, 정국은 사실상 국정원이 주도했다. 강경세력이 주도하는 안보정국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검찰도 덩달아 바빴다. 여당은 바람몰이에 앞장섰다. 비정상화가 온 나라를 뒤흔들어도 박 대통령은 끝내 그들의 편에 섰다. 정치가 실종되는 참극이 빚어져도 그런 건 야당 탓으로 돌리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한스럽다’는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거듭 말하지만 박 대통령부터 바뀌지 않으면 모든 것이 난망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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