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 ⓒ천지일보(뉴스천지)

열악한 환경과 날씨 탓에 감기환자 발생
젖고 해진 신발 대신 슬리퍼·하얀실내화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수색작업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녀, 부모, 형제가 하루빨리 품으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은 심신이 눈에 띄게 지쳐가고 있었다.

사고 당일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 찼던 진도체육관은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한 이들이 자리를 뜨면서 빈 공간이 많아졌다. 사고 13일째인 28일 진도체육관은 어느 때보다 침묵이 흘렀다. 뉴스와 현재 바다상황이 대형스크린을 통해 나왔으나 언론의 보도와 정부 대응에 이미 여러 번 상처받은 실종자 가족들은 영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축 늘어진 어깨, 힘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은 얼마나 이들이 지쳐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일부는 세월호 내부 구조가 그려진 프린트물을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콜록’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궂은 날씨에 팽목항과 체육관을 오가다 감기몸살에 걸린 것.
충북약사회 최현섭 약사는 “비가 와서 감기에 걸린 사람도 많고 안정을 취하기 위해 청심환을 찾는 분들도 많다”며 “하루 100명 정도가 의약품을 찾는데 가족분들이 많이 올라가서 그나마 적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체육관에 있던 한 간호사는 “위생적인 부분도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안 좋다. 장기적으로 가게 되면 다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상상황이 바뀌다 보니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집에서부터 신고 온 신발이 젖거나 해져 삼색 슬리퍼와 흰색 실내화를 신고 다니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가 오고 있는 팽목항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체육관 1층은 기자,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그러나 정부가 애초 추진하기로 약속했던 체육관 내 칸막이 설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종자 가족들의 생활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딱딱한 실내 바닥에 환하게 켜져 있는 불, 여기저기 구분 없이 널브러진 이불 등은 실종자 가족들이 안정을 취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말로만 해준다고 하고 유가족이 많이 빠져나가니까 안 해준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가족들이 체육관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빨래양도 많아졌다. 이날 비가 내려서 인지 빨래를 해주는 자원봉사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체육관 밖에 ‘세탁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거제시 한 복지관에서 나온 신은혜(27, 여) 씨는 “현재 비가 와서 차안에서 세탁과 건조를 해야 한다. 2시간이 소요돼 세탁물이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시각 팽목항도 분위기가 무거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가운데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특히 29일은 물살이 가장 거세지는 ‘사리’가 , 하루 전날인 28일 이곳은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해가 저물어도 이렇다 할 구조 소식은 없었다. 가족대책본부에서는 격양된 목소리가 간간이 새어 나왔다.

실종자 가족을 돕기 위해 현장에 나온 자원봉사자들도 상황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무 말 없이 바다만 쳐다봤다.

한편 많은 이들의 간절함에도 이날 팽목항에는 더 이상의 구조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와 음료수 등이 놓인 제단만이 오늘도 구조되지 못한 학생들을 위로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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