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세월호 침몰
안전 불감증이 낳은 비극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제도적 문제 해결해야  

 
4월 대한민국은 깊은 침묵과 분노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사람의 욕심과 안일함이 잉태한 세월호 참사는 죄 없는 영혼들을 어두운 심해 속에 가둬버렸다. 세월호 참사는 예견됐었다는 주장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반성하고 돌아봐야 하는가. 먼저는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기본적인 것을 지켰다면 이런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미 수명을 다해가는 선박을 들여와 불법개조를 하고, 이도 모자라서 과적(過積)을 일삼은 세월호는 바다 위를 운행하는 시한폭탄과 같았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사고에 대처하는 관계기관의 대응 또한 너무도 허술했다. 많은 의문이 제기됐지만 그 의문에 합당한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많은 언론 또한 속보에 경쟁이 붙다 보니 오보를 쏟아내기도 하고, 대형참사를 보도하는 데 미숙해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며칠 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월호 침몰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서 세월호-진도 VTS(해상관제센터) 교신에 편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해경은 세월호와 VTS 교신 녹음파일은 VTS 교신 당시 상황이 그대로 녹음된 것으로 어떤 조작이나 편집은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언론의 무분별한 오보에는 강력 대응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대다수의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놓쳤다는 사실이다. 선장과 선원들이 비상시 매뉴얼대로만 행했다면 대형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선박회사는 사람들의 목숨보다 이익을 내는 데 급급했다. 회사 광고비와 접대비로는 3억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선원들의 안전교육비로는 한 해 54만 원을 썼다고 하니 제대로 된 교육이 진행됐을 리 만무하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처우나 급여가 열악한 것도 직업에 대한 사명 의식의 부재를 불러왔을 것이다. 처우가 부당하다고 해서 승객들은 뒤로 하고 자신들만 빠져 나온 것에 대한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행동 또한 용서받지 못할 부분이다. 어찌 이 모든 것을 선장과 선원들의 탓으로만 돌리겠는가.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대형참사 앞에, 국민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이 상황 앞에 이 모든 죄를 뒤집어쓸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국민 모두의 분노는 어쩌면 도려내도, 도려내도 또 다시 썩어 문드러지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총체적인 시스템일지도 모른다. 대우 받을 줄만 알았지 국민을 섬길 줄 모르는 공직자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이상 제도적인 문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모든 공무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이 나라를 움직이고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이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또 가슴을 치며 울어야 할지 모른다.

그토록 형식이 중요하고 원칙이 중요하다면서 왜 정작 자신들은 그것을 지키지 못했단 말인가. 어떻게 그 원칙과 규칙이 단 1초라도 빨리 인명구조 작업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만 적용이 된단 말인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명령 운운할 때 수학여행에 들뜬 꽃다운 어린 아이들이 차디 찬 바다 속에서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고, 어려운 살림 가운데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떠난 가족들에게 비극을 줘야 했으며, 환갑을 맞아 동창끼리 여행을 떠난 사람들에게 슬픔을 안겨야 했단 말인가. 또한 남겨진 자들의 슬픔은 어찌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에 인재로 인한 대형참사가 세월호뿐이었던가. 20년 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도 정부는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다.

비단 이는 정부나 관계 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 또한 너무 쉽게 식어버리고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절대 지울 수 없는 이러한 불행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겐 평생의 상처와 고통으로 남을 비극들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시간이 가면 희미해진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지 않은지에 대해 국민이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분명 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라도 잘못된 시스템을 바꿔나갈 것이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수많은 이들의 영혼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올바른 것을 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눈을 뜨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라는 추모곡 가사처럼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와 함께할 그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우리에게 주고 간 값진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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