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이대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선박재난 전문가에게 재난대응 콘트롤타워의 총지휘를 맡겨야 한다. 국민은 불안하다. 전쟁 상황이라면 어떡할 뻔 했는가. 현재 수준이라면 과거 임진왜란 때처럼 의병이 나서서 나라를 구해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 알고 싶다. 부실한 대한민국호는 복원력이 있는가. 위기대응에 관한한 박근혜정부는 낙제 행정부아닌가. 오죽했으면 대통령 하야를 거론하는 글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됐을까. 오죽했으면 박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합동분향소 밖으로 내보내졌을까. 허울뿐인 스펙만 내세우는 경직되고 무능한 관료사회부터 개혁해야 한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새 인물을 등용하는 등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박 대통령의 사과문에는 앞으로 또다시 이 같은 재난대응에 정부가 실패한다면 깨끗이 물러나겠다는 언명같은 것이라도 담겨 있지 않아 아쉽다. 과연 국민이 현 정부의 진정성을 믿게 되고 슬픔과 분노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객선이 아니라 화물선이었다. 이미 지적된 것처럼 평형수도, GM, 만재흘수선도 다 무너진 비리투성이 배였다. 배만 문제였는가. 수백 명의 승객이 배 안에 갇혀 1, 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오호통재라, 사람도 시스템도 이었다. ‘굿 시맨십(good seamanship)’이란 단어는 듣지도 못했나 보다.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계속 실기(失機)했고, 실수는 반복됐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뻔뻔스럽고 가증스럽다. 침몰 전 이미 나타난 대형참사 발생 징후들을 왜 외면했는가. 왜 핸드마이크라도 손에 들고 전달!’ ‘탈출!’을 외치며 승객들을 갑판에 나오도록 조치하지 않고 자신들만 먼저 탈출했는가. 해경은 16일 오전 1017분 마지막 카카오톡 문자가 올 때까지 40여 분간 무얼 했는가. 배가 더 이상 침몰하지 않도록 왜 예인선을 불러 세월호 선수를 끈으로 묶어놓고 잠수특공대를 투입하지 않았는가. 선원들은 배의 균형상 문제점을 왜 눈감아줬으며 왜 거짓말을 쏟아내고 있는가. 진도 해상관제탑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해경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고무보트 한두 척만을 접근시켰는가. 119에 신고전화가 23통이나 접수됐는데도 구출헬기는 왜 수십 대가 출동하지 않았는가. 119 신고전화는 왜 통합돼 있지 않았는가. 선박재난 콘트롤타워의 지휘자를 선장이나 해양대 교수 출신도 아닌 전문성 없는 철밥통 공무원에게 왜 맡겼는가. 첨단과학이 바탕이 된 구조 가이드라인이 가동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재난관련 기관 사이에 긴밀한 정보교류와 재난대응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는가. 청와대는 왜 책임 없다고 발뺌하는가. 안전행정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왜 사고현장에 뒤늦게 나타났는가.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함정과 공군기 출동이 늦은 것은 아닌가. 국회는 왜 20여 개의 선박안전 관련 법안 통과를 미뤄왔는가. 검찰은 여객선 관련 비리를 왜 진작 수사하지 않고 미루다 뒷북수사에 나섰는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식물내각과 청와대수석비서진은 왜 총사퇴하지 않는가 궁금하다.

#지방선거는 왜 연기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정치공학적으로 어느 당이 유리하냐 불리하냐를 따질 일인가. 국민의 눈이 온통 세월호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선거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여야는 실종자 수색과 선체 인양 등 사고수습이 끝날 때까지(한 달 혹은 두 달 만이라도) 정쟁 중단과 선거연기를 선언하면 안 되는가. 지금 국민들에게 선거는 안중에도 없는데, 누구를 찍을까 결정하기는커녕 후보가 누구인지도 관심 쏟을 겨를이 없는데, 온 국민이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부실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최근 야당은 이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지금 볼썽사나운 후보자 토론회는 꼭 해야 하는가. 야당은 이번 세월호 참사로 만들어진 이 다시 뒤바뀔까 불안한 모양새다. 야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일로였던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듯하다.

문제는 민심을 수렴할 정치과정도 생략하거나 줄인 채 지방선거를 강행한 뒤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후유증에 있다. 6·4지방선거에 뽑힌 사람들이 좋건 싫건 향후 4년간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의정을 맡는다. 후보자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정책도 따져보고 투표를 해야 하겠지만 지금 유권자들은 그럴 여유도 없고 그럴 마음도 안 생긴다. 후보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경선을 하더라도 아직 귀에 들리지 않는다. 유례없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투표율은 극히 낮을 것이고 정치꾼들이 동원한 조직표만 득세할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 국민의 몫이다. 세금이며, 정책이며, 법규며, 당선자들의 권한과 액션이 하나하나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그 때는 후회해도 늦다. 불행이다. 과연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인가. 필자 개인생각이지만 정치인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여야가 합의하고 법규를 고쳐서라도 세월호 사고수습 후로 선거일을 연기하면 안 되는가 말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