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해병대캠프 사고 유가족

아들 떠나보내고 죄책감에 시달려
무책임한 정부 태도 가장 힘들어
부모 마음이었다면 안간힘 썼을 것
제2의 희생자 없게 잊지 말아달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여객선 침몰 중… 안산 단원고 학생·교사 전원 구조.’

16일 오전 긴급 속보가 나왔다.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것이다. 이후식(남) 씨는 너무 좋아 아내를 부둥켜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뿐. 오전 11시 50분께 정정보도가 나왔다. 77명만 구조됐다는 것이었다. “배에 400명이 넘게 탔는데, 그럼 나머지는….”

너무 놀라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마에는 땀방울이 고였다. 또다시 아이들이 큰 사고를 당할까봐 걱정돼 안절부절못했다.

아들 병학이에게도 너무나 미안해 눈물이 났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해병대캠프 사고로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아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자식을 위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정부의 태도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합니다. 왜 고위직 공무원들은 항상 저차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는 겁니까? 사고 발생 후 얼마만큼 신속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희생자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만 보였다고 그는 지적했다.

“사고 당시 해양수산부 전 장관이 충남 태안 백사장해수욕장에 왔습니다. 유가족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척은커녕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참다못해 유가족 중 한 명이 장관을 잡으려고 했지만, 보좌관들이 강하게 제재했다고 그는 꼬집었다. 이 씨가 보기에 이번 여객선 침몰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마치 다른 나라에서 사고가 난 것처럼 행동합니다. 헬기 몇대 띄우고, 돈을 주고 해결하려는 후진국형 사고방식…. 정말 물에 빠진 내 자식을 구하려는 부모의 마음이었다면 안간힘을 썼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빵점입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실종자가족과 유가족들의 아픔·좌절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상처를 혼자 이겨내는 건 너무 힘듭니다. 위로만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주변사람들은 이들(실종자가족·유가족)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주면서 용기를 줘야 합니다.” 특히 그는 국민들이 여객선 침몰사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잊힌다는 것은 남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제2, 제3의 희생자가 없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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