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명의 고귀한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안전 불감증을 입증하고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고다. 이 사고로 혈육을 잃은 가족들의 비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가운데 국민은 ‘이럴 수가 있나’ 자책하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멘붕에 빠져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총체적인 부실에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 총리가 사퇴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되고 그동안 국가·사회의 전반에 걸친 갖가지 모순이나 제도적 결함이 개선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면서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한다는 의지로서 무던히 있던 행정안전부의 이름마저 안전행정부로 변경하고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다짐해온 정부가 아니던가. 그러니만큼 이번 참사가 빚은 현 시국에서 국정의 제2인자가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있어야 정부를 철석같이 믿었던 국민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관들이 진도 현장을 찾아 이번 사고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인명 구조에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탑승자 가운데 당초 구조된 174명 이외에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다. 아무리 해상사고의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결과는 평소 사고 예방과 사고발생시 인명 구조 활동에 대한 대비책이 충실하지 못했던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함이 가져온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총리가 사퇴하고, 대통령이 사과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급선무는 실종자를 빨리 찾는 일이고,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 희생당한 어린 넋들을 달래는 기념비적 사업을 행하면서 그 가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는 일이다. 그 다음은 조사 중인 사고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관련자를 엄벌하고, 국민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완전히 없애며 현장 중심의 사고 대처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안전’이 구호로 지켜지는 일이 아님을 통감했으니 불상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분골쇄신(粉骨碎身)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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