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올해로 북한의 김정은은 집권 3년째를 맞고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졸지에 북한권력의 정상에 올랐지만 그야말로 ‘낙하산 집권’이었다. 사방에서 정통성 논란이 불거지고 심지어 퍼스트레이디로 내세운 이설주에 대해서도 입방아들이 그치지 않았다. 특히 고모부이며 사실상 제2인자인 장성택의 숙청과 처형으로 김정은은 너무 일찍이 손에 피를 묻히면서 리더십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최근에는 장성택 이후 다시 제2인자로 떠오른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차수와의 갈등설이 또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엊그제 갑작스럽게 소집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뉴스가 그 불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인민군대를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에게 끝없이 충직한 백두산혁명강군으로 더욱 강화발전시키는 데서 나서는 문제들이 토의됐다”며 이 회의에서 ‘조직문제(인사)’가 취급됐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가 언제 열렸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을 마친 26일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회의에서 군(軍) 정치기관들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인민군대의 정치기관들은 군사사업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도록 정치사업을 참신하고 진공적(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당 정치사업의 화력을 싸움준비 완성에 지향시켜 모든 부대, 구분대들이 당의 훈련제일주의 구호를 높이 들고 훈련을 생활화·습성화·체질화함으로써 전군에 훈련 열풍이 끓어번지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앞서 중앙통신은 전날 김 제1위원장이 북한군 제681군부대 관하 포병구분대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부대의 싸움준비가 잘되지 않았다”며 “부대 당위원회가 당 정치사업, 군인들과의 사업을 잘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달 중순에 이어 한 달여 만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또다시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김 제1위원장의 군 정치간부 질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열린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도 인사문제가 논의됐으며 이 회의 이후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상장(별 3개)에서 대장으로 복귀하고 황병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상장에서 대장 계급으로 승진한 것이 확인됐다.

한편 통신은 이날 김 제1위원장이 군 창건일(4월 25일)에 즈음해 “서남해상의 주요 적(敵) 대상물 타격임무를 맡은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포사격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 제1위원장이 이날 훈련에 대만족을 표시하고 “포병들이 포를 잘 쏘는 것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포병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날 훈련 참관에 “황병서, 리영길, 장정남을 비롯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들, 인민군 당위원회 집행위원들, 군종·군단급 단위 지휘성원들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김 제1위원장 수행자 명단을 소개하며 황병서를 리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보다 앞서 호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서열은 북한군의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의 권력서열이다. 따라서 최룡해가 해임되고 황병서가 북한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약 최룡해가 물라났다면 이는 군부 내에서 ‘백두산줄기’의 정리로 볼 수 있는데 이른바 백두혈통이 군부라는 ‘혈관’을 통해 그 전통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북한 권력집단의 재구성이 시작됐다는 반증이며 동시에 김정은의 리더십이 심각한 위기에 도달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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