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장구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세히 들여다본다.

장구는 한국전통과 한국인의 기질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극단의 한국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전통음악이다. 한국인은 하나의 극단을 가지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두 개 이상의 극단을 민족성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면을 가진 민족이다. 한국인은 극단을 서로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장구는 한국인의 극단적인 기질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극단의 받아들임과 극단의 넘나듦이다.

한국인은 극단의 수용, 즉 한국인은 전혀 다른 특성을 받아들이는 능력과 기질을 가지고 있다. 음악에도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보인다. 악기와 음악, 소리에도 그대로 담겨있다. 한국인의 기질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이 있다. 앞서 말한 장구다.

악기 중에서 가장 원시적인 악기가 타악기다. 타악기는 물건과 물건이 부딪힐 때 나는 소리다. 근대악기인 피아노 같은 것을 제외하고 원시 타악기는 모두 하나의 음만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악기에서는 하나의 음만이 만들어진다. 소리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희귀하게도 장구는 양 편의 가죽이 다른 재질로 돼 있다. 왼쪽 북편은 소가죽으로 만들고, 오른쪽 채편은 말가죽으로 만든다. 민속악에서는 왼편은 개가죽을, 오른 편은 노루가죽을 사용하기도 한다. 두 면이 다른 소리를 만든다. 거기에다 변죽이란 부분이 있어 음이 높은 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우리는 생각하지만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악기다.

장구의 특징으로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양편에 사용하는 가죽이 다른 것이지만 타악기는 어느 나라나 동일하게 좌측면은 좌측 손을 이용해 치고, 우측면은 우측 손을 이용해 친다.

우리의 경우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의 경우는 같은 면을 치기도 하지만 넘나들기도 한다. 우리는 늘 하던 버릇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것이 아주 특별하다. 외국인의 눈에는 더욱 신기하게 보인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조사해보면 좌측은 좌측 손으로, 우측은 우측 손으로 친다. 좌우측을 넘나들면서 치는 것은 상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북의 경우 테를 친다는 것이다.

특히 판소리할 때 보면 추임새를 넣으면서 북면을 친다. 테를 연주의 한 방법으로 치는 경우는 더욱 상상하기 어려운 경우다. 우리는 경계를 두지 않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외에도 장구에 특별한 점이 있다. 좌우측의 가죽이 다른 것뿐만이 아니라 좌우측을 치는 재료도 다르다. 그래서 장구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세상에서 타악기를 가지고 격렬하게 춤을 추는 나라는 없는데 우리는 뛰고, 돌고, 마치 기계체조를 하는 것처럼 휘돌기도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역동적이고 리듬감이 넘치지만 타악기를 가지고 우리와 같이 거칠게, 장구춤을 추지는 않는다. 농촌에서 소고를 들고, 북이나 꽹과리를 들고 강렬하게 춤을 추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아무리 거칠게 타악기를 쳐도 한 자리에서 치거나, 어깨를 흔들거나 작은 몸동작을 하는 것이 전부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울 정도로 우리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이 있다. 다름을 경계로 보지 않고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품이 넉넉하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는 경계는 벽이 아니라 대문을 내야하는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담장이 경계가 아니라 어깨정도의 높이로 밖에서는 남의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안에서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높이로 만들어져 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시가 한국인의 심성을 흔드는 것도 이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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