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고객 신뢰가 추락한 데다, 금융당국이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할 경우 해당 금융사의 경영진 등에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 금융사고가 빈발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상주검사역제도’를 시행하는 등 금융회사를 밀착 감시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키로 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부실을 엄중 경고하고 나서자 은행권이 분주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임직원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성과평가지표(KPI)를 기존 실적 중심에서 내부통제·고객보호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무리한 실적 올리기가 사건·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울러 직원 상시감시체계와 처벌 방안도 강화됐다. 우리은행은 직원 계좌에서 1000만 원 이상이 드나들면 감시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금융사고 발생 시 사건의 성격 또는 사고 당사자의 직책과 관계없이, 해당 직원을 관리하는 본부장급 이상 고위 임원에 대한 문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태를 계기로 해외점포에 대한 관리도 강화됐다. 기업은행은 해외점포 전결권을 일반 해외점포는 20~30%, 도쿄지점은 70%까지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전결권 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은 해외점포 관리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핵심 항목을 분기별로 특별점검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25일 ‘내부통제점검 TFT’를 신설했다. TFT에서는 고객정보보호 관리 업무, 획기적인 경영쇄신 및 의식개혁 강화, 해외점포 관리 강화, 기업구조조정 및 여신관리 강화 등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취약점에 대한 점검을 주관하게 된다. 특히 기존에 실시하던 ‘내부통제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김한조 은행장이 직접 주도해 챙기기로 했다.

최근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토론회 및 결의대회도 속속 열렸다.

우리은행은 24일 ‘윤리실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임원 결의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해 전 직원이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순우 행장은 “금융권의 신뢰가 어느 때보다 악화된 지금, 금융인으로서 윤리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결의대회를 통해 자성의 시간을 갖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다짐의 시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 18일 ‘위기극복 대 토론회’를 실시했다. 토론회에는 임영록 회장,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전 계열사 임직원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8시간가량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임영록 회장은 “KB금융 전 임직원은 고객의 신뢰가 회복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는 반성과 쇄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출범한 ‘KB금융 조직문화 쇄신 위원회’는 이달 초 ‘One-shot 인사’ 정착, 인사기준 사전 예고 등을 통한 줄서기 문화 근절 등의 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내부 통제 쇄신 차원에서는 감사실명제와 수검부점 역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KPI 개편, 감시체제 강화 등은 기존에도 실시된 대책이었기 때문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토론회·결의대회도 캠페인성 행사로 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에 장기적 차원에서 내부통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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