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 학생들의 손길이 묻은 칫솔과 수건, 줄넘기, 방석, 참고서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사진공동취재단)
학생들의 무사귀환 기원 “기적이 일어나길…”

[천지일보=이혜림‧김민아 기자] ‘○○선배! 회장 오빠! 제주도 초콜릿 사주기로 했으면서 왜 이렇게 안 와요. ㅜ.ㅜ 영화도 같이 보자면서요. 저 기다릴게요! 진짜, 진짜 보고 싶어요’ ‘5천만 국민들을 위해 살아줘!’ ‘○○야, 아직 형이 지키지 못한 약속 있다. 돌아와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참사를 당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에게 전하지 못한 메시지가 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단원고등학교 10개 교실의 문과 창문을 뒤덮었다. 자물쇠로 굳게 닫힌 교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교실 안에는 학생들의 손길이 묻은 칫솔과 수건, 줄넘기, 방석, 참고서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복도는 ‘정숙 보행’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무색하리만큼 고요했다.

희생자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는 안산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안산 시민들은 중앙역 건너편 거리에서 학생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희망 메시지’에 마음을 담았다. 더러는 메시지를 작성하며 울기도 했다.

메시지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치던 박기영(가명, 61, 남,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씨는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다. 일 때문에 안산에 방문하게 됐는데 아이들이 쓴 글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국가적 재난이다. 국민이 모두 마음을 모아 피해자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로 친구가 조카를 잃었다는 택시기사 오익동(53, 남,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 씨는 “그 예쁜 애를 이렇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7년을 안산에 살았지만 이렇게 큰일은 없었다. 장가도, 시집도 못 간 우리 아들‧딸들이다. 하늘이 울 노릇”이라며 한탄했다.

평일 오후와 주말이면 사람이 넘쳐나는 번화가에도 추모의 물결은 이어졌다. 오 씨는 “술 먹는 젊은이를 보는 일도 극히 드물다. 안산 시민모두가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우울한 분위기로 침체돼선 안 된다고 말하는 시민도 있었다. 인근 구두수선 가게에서 일하는 강성태(51, 남,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씨는 “학생들 소식에 마음이 아픈데 TV 틀면 보이고, 일하러 나오면 메시지가 보여 힘들었다”며 “안산 전체가 꽁꽁 얼어 있다. 모두 자기 일 같고, 자신의 딸 같아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계속 이렇게 우울해선 안 된다.우리가 먼저 힘내서 피해자와 가족들을 응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 메시지’는 상록구 월피동의 한 마트에서도 이어졌다. 이번 사고로 실종된 강승묵(단원고 2학년) 군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월피동의 한 마트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굳게 닫힌 문 위로 ‘기적같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추운 곳에 혼자 있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부모님 손잡고 돌아오기 바라요’ 등 강 군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안산 시민들이 붙인 메시지가 가득했다.

접착식 메모지를 손에 쥐고 가게 앞을 찾은 한 시민은 “필요할 것 같아서 가지고 왔다. 분향소를 다녀왔더니 마음이 너무 안 좋다”며 “비겁한 어른들 때문에 죄 없는 아이들이 희생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외에도 단원구 안산 25시 광장, 화랑유원지, 한국호텔관광전문학교 앞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