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매뉴얼 대대적 검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안전관리는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매번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매뉴얼 미준수’ ‘관리감독 소홀’ 등이 도마에 오르고 뒤늦게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하는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 되풀이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에 착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지난 23일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 주재로 회의를 열고, 모든 부처의 재난 매뉴얼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책임 관계 부처와 기관이 사고 초기에 미숙한 대응을 보여 재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선박 사고 등 해양 안전 정책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실시한 ‘위기대응훈련’이 3번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실질적인 훈련이라 할 수 있는 현장 훈련은 아예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비난을 받았다. 중대본도 여기저기 흩어진 사고 대책본부를 일원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뒤늦게 세워졌으나, 사망자 수나 신원을 정정하는 등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정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국가기관의 재난 매뉴얼에 오류는 없는지, 담당자가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정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총 3400여 개가 있으며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재난의 종류를 25종으로 나눠 재난마다 주관기관의 대응지침을 담은 ‘표준매뉴얼’이 있고, 그 아래 주관기관을 지원하는 기관의 역할을 담은 ‘실무매뉴얼’ 200여 개가 있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선박사고는 여기에 포함된다.

최하위 단계이자 자치단체와 지방청 등의 역할을 담은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은 3200여 건에 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전에도 3000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매뉴얼대로 작동이 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며 미숙한 사고수습에 대한 질타를 가했다.

세월호 사고 전에도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정부는 ‘안전 관련 관계부처 장관 및 시도지사 간담회’를 열고 ‘다중이용시설의 사고재발 방지대책’ ‘전국 노후시설물 안전관리 및 해빙기 안전대책’ ‘국민안전의식 제고 방안’ 등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보듯, 정부가 뒤늦은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에 나선 데 대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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